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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 이어 '리튬 혁명'…美, 친환경 기술로 자원독립 질주

입력 2025-10-22 17:50   수정 2025-10-23 00:23

멕시코 국경과 차로 30분 거리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남단 임피리얼밸리. 좌우로 밭이 끝없이 펼쳐진 비포장도로 끝에 황톳빛 존페더스턴 지열발전소가 나타났다. 마치 석유화학 공장을 연상하게 하는 대형 공장의 굴뚝에선 쉼 없이 수증기가 나오고 있었다. 2차전지 핵심 광물인 리튬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이 공들이는 핵심 시설이다. 이곳에서 생산될 예정인 리튬은 연 2만t에 달한다. 미국 내 리튬 생산량의 여덟 배 규모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셰일혁명을 통해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췄듯이 리튬 등 희소 광물에서도 혁신 기술에 기반한 자원 독립 전략을 또 한 번 재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핵심 광물 해외 의존도 낮춘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불리던 임피리얼밸리는 요즘 ‘골드러시’를 경험하고 있다. 전기차 3억80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의 리튬이 매장돼 있다는 소식에 기업들이 채굴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지역 발전사 에너지소스미네랄스(ESM)는 존페더스턴 지열발전소 옆에 내년 3월 생산설비를 착공해 2029년부터 리튬 추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목표 생산량은 연 2만t으로 대당 5000t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추출 시설 4개를 병렬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친환경 생산 방식’은 리튬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기 위한 관건으로 꼽힌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미국 내 리튬 매장량은 1900만t으로 아르헨티나(2300만t), 볼리비아(2300만t)에 버금간다. 막대한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리튬 생산량은 연 2700t에 불과하다. 환경을 파괴하는 이른바 ‘더러운 일’(dirty job)을 외주화해 미국의 리튬 공급망이 호주, 중국 등으로 넘어간 것이다.

세계 최대 리튬생산국인 호주는 주로 광산에서 스포듀민 정광을 캐내 리튬으로 정제한다. 그 뒤를 잇는 칠레에서는 리튬이 함유된 염수를 염전에서 증발시키는 방법을 널리 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노동집약적이고 환경 파괴 논란이 크다. 스포듀민 정광에서 리튬을 얻기 위해서는 땅을 폭파하고 정광을 잘게 파쇄해 이를 다시 황산, 염산 등 유독한 화학물질에 담가 불순물을 제거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산성 시약이 담긴 폐수를 그대로 저수지에 방류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할 정도다. 증발 채취 방식도 마찬가지다. 지하 염수층에서 물을 지속해서 퍼 올려야 하는 만큼 칠레 안데스 고원 등에서는 강과 호수가 말라 희귀 생물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역 원주민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간 미국은 리튬을 자체 생산하려고 시도했지만 환경 규제와 주민 반발 등에 번번이 부딪혔다. 용수를 증발시키지도, 화학 제품을 쓰지도 않는 직접리튬추출(DLE)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DLE는 지하염수를 흡착 장치에 통과시켜 리튬을 추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하수를 사용한 뒤 다시 지하로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 파괴 우려가 적다. 추출 효율성은 더 높다. DLE를 통한 리튬 회수율은 약 90%로 증발법(40~50%)의 두 배에 달한다. 설비가 들어서는 부지는 12만㎡로 같은 양의 리튬을 생산하는 염전의 1.5%에 불과하다. 데릭 벤슨 ESM 최고운영책임자(COO)는 “DLE는 비용적으로도, 환경 측면에서도 확실한 장점이 있다”며 “t당 최종 생산 비용을 비교하면 불순물 제거율이 높은 DLE 기술이 가장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용 ESS 시장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리튬 등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필수인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면서 DLE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네바다·오리건주 리튬 광산 태커패스를 소유한 개발사 리튬아메리카스 주가는 지난달 24~30일 100% 넘게 뛰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회사 지분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지분 5%를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태커패스 프로젝트에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당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제공된 대출 22억6000만달러가 투입됐다. 이 대출 조건을 재협상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의 유일한 희토류 광산인 MP머티리얼스 지분을 미 국방부가 인수한 방식과 같다.
미국의 한 해 리튬 생산량은 2030년 미국 전기차 생산 목표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50만t의 0.54% 수준이다. 평시에는 중국, 호주 등에서 리튬을 수입하지만 팬데믹이 재발하거나 중국의 대만 침공 등 변수가 발생하면 자국 전기차 생산이 완전히 멈춰 설 수 있다는 게 미 행정부의 우려다.

이에 미국이 자체 리튬 공급을 추진하면서 리튬밸리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 6월 리튬밸리 발전사 컨트롤드서멀리소스(CTR)의 리튬 생산 프로젝트 ‘헬스키친’을 FAST-41 사업으로 지정했다. FAST-41은 에너지, 인프라, 반도체 등 프로젝트의 인허가 관리를 통합해 개발을 가속화하는 제도다. 리튬밸리에는 11개 지열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ESM과 CTR, 벅셔해서웨이 자회사인 벅셔해서웨이에너지 등 3개 회사가 리튬 추출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전 정부에서 시작한 전기차산업 지원이 축소되고 있는 것은 변수다. 리튬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전임자의 행적은 지우려고 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선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리튬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벤슨 COO는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에, 현 행정부가 핵심 광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동일한 의미”라며 “이 프로젝트는 두 목표에 모두 부합하기 때문에 지원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피리얼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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