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00대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7개월도 안돼 1700포인트 넘게 급등하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 국내 증시에 제때 투자하지 못한 투자자 사이에선 오히려 ‘포모’(FOMO·소외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주가지수 4000 시대’는 국내 증시가 강력한 자산 증식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올해 글로벌 증시 대비 한국 증시가 압도적인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로 전문가들은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꼽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미국의 상호관세 폭탄으로 2000대 초반까지 밀린 국내 증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직전인 5월 한 달간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만으로 2500에서 2700까지 올라섰다.
한국 증시의 체질을 바꿔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증시로 되돌리겠다는 정부 공언에 글로벌 투자자금은 주목했다. 외국인 자금은 정부의 입에 따라 썰물처럼 들어왔다 밀물처럼 빠져나갔다. 8월 정부가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자 3300을 향하던 코스피지수는 단번에 3100선으로 주저앉았다. 9월 대주주 기준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는 발표에 코스피지수는 3300을 재돌파했다.
증시가 상승폭을 눈에 띄게 키운 건 9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다. 글로벌 시장에 돈이 풀리는 ‘유동성 랠리’를 전망하는 투자자금이 증시로 쏠렸다. 9월에 이어 10월에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중단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한국 증시가 비약적으로 도약하는 사이 시가총액 상위 기업 순위도 크게 바뀌었다. 반도체와 조선, 방위산업, 원자력발전 중심으로 재편됐다.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방안인 ‘마스가(MASGA)’가 주목받으며 1년 전 시총 21위이던 HD현대중공업은 5위로 16계단 올라섰다. 1년 새 주가는 19만원대에서 62만원대로 215% 급등했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주목받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시총도 1년 새 23위에서 6위로 껑충 뛰었다. 원전 기술 수출이 잇따르며 두산에너빌리티 시총은 31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지난 18년간 지속된 주가순자산비율(PBR) 0.8~1.2배 사이의 박스권을 드디어 벗어났다”며 “주가지수 4000은 국내 상장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해온 성장성과 지배구조 한계에서 벗어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걸 글로벌 투자자들이 인정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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