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영석 대검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한 전례가 있었냐”고 비판했다. 김 검사는 “항소 포기로 인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의 핵심 쟁점인 재산상 이익 취득 시점 등에 대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잃었다”고 지적했다.중앙지검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5명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 시한인 7일 밤 12시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2심에선 형량이 더 높아질 수 없다. 지난달 31일 1심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김씨에게 징역 8년을, 정민용·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에게는 징역 4~6년을 선고하고 모두 법정 구속했다. 이들은 즉시 항소했다.
대장동 수사·공판팀도 항소 절차를 준비하고 6일까지 내부 결재를 마쳤으나 7일 대검과 중앙지검이 항소 포기 지시를 내렸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항소장 제출 마감 약 4시간 전까지는 항소 제기를 승인했지만 법무부의 항소 포기 의견을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대검이 전달하며 재검토를 지시했고, 수사·공판팀에 항소 포기 방침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항소 포기 배경에 관한 설명을 요구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 검사는 “대검 차장(노 직무대행)이 그렇게 심도 있게 고려했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중앙지검장이 수사·공판팀이 작성한 항소 취지를 공소심의위원회에 결재까지 해놓고 왜 번복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전주지검장을 지낸 박영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노 직무대행에게 “검사로서 법치주의 정신을 허물고 정권에 부역해 검찰에 오욕의 역사를 만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문자메시지를 직접 보내기도 했다.
이번 항소 포기로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환수는 사실상 막히게 됐다. 검찰은 당초 피고인들이 대장동 개발 비리로 7886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전액 추징을 요구했지만, 1심 재판부는 “정확한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며 약 473억원만 추징했다. 검찰이 이 같은 판단에 항소하지 않았기에 항소심에서는 473억원만 다뤄질 수 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등검찰청 검사도 내부망을 통해 비판했다. 강 검사는 “항소 포기로 인해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다”며 “중앙지검과 대검 수뇌부가 판단을 번복하게 된 경위에 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에서 법무부가 항소 포기에 관여한 점이 논란으로 떠오르면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0일 오전 도어스테핑에서 관련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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