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시작돼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중지)이 해제 수순에 들어갔다. 상원에서 민주당 중도 성향 의원 일부가 셧다운 장기화로 저소득층을 위한 영양 보충 지원 프로그램(SNAP) 집행과 공항 운영이 차질을 빚자 지도부에 반기를 들고 공화당과 손잡으면서다. 하원도 공화당이 다수여서 셧다운 해제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합의안에는 셧다운이 시작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연방공무원 4000명 해고를 철회하고 연방공무원 임금을 보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이 강력하게 요구해온 오바마케어(전 국민 의료보험) 세액공제를 연장하는 내용은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대신 보험료 세액공제 연장 표결을 12월 실시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오바마케어 세액공제는 법안이 연장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 만료된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벼랑 끝 대치로 언제 끝날지 모를 것 같던 셧다운 사태가 반전된 것은 민주당 중도파 의원 8명이 연방 기관에 자금을 지원하는 공화당 합의안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진 섀힌과 매기 해선(이상 뉴햄프셔) 등 중도 성향 의원은 셧다운 장기화로 SNAP 집행과 전국 공항 운영에 차질이 커지자 셧다운 종료에 찬성표를 던졌다. 로이터통신은 “해선, 섀힌, 앵거스 킹 의원(무소속·메인)이 이날 합의를 주도한 3인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셧다운 사태의 근본 원인인 오바마케어 세액공제 연장 문제가 합의안에서 빠져 민주당 대다수는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오바마케어 세액공제 연장을 요구하며 공화당의 예산안 통과를 거부하면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왔다. 민주당에선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에 대해 원내대표직 사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그레그 카사르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은 이번 결정이 “타협이 아니라 항복”이라고 주장했다.

항공 관제사에게 임금 지급이 재개되면 미국 주요 공항 혼란도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선 이날 하루에만 항공편이 1만 편 이상 결항·지연되는 등 교통 혼란이 가중돼 왔다. 미국 정부는 피로 누적과 무급 노동이 이어진 관제 인력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미국 40개 공항에 4%의 항공기 운항 축소를 지시한 바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사람들이 여행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말로 (올해)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셧다운은 미국의 무기 수출에까지 차질을 줬다. 무기 수출을 위해 미국 의회에 관련 내용을 브리핑해야 하는데 해당 절차를 밟고 승인을 마무리할 국무부 직원 상당수가 셧다운으로 휴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셧다운 여파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 위한 50억달러(약 7조2700억원) 이상의 무기 수출이 차질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셧다운이 풀리면 미국 고용·물가 등 핵심 경제지표 발표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지난 7일 예정된 10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를 내놓지 못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도 연기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BLS는 셧다운 해제 후 5영업일 내에 수정된 일정을 공지하고 발표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현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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