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스크린을 응시하는 것만이 영화 이해의 전부는 아니다. 감독이 남긴 말 한 마디, 글 한 줄이 때론 영화의 더 깊은 층위를 드러낸다. 메가폰을 쥔 자리에서 무엇을 고민했고, 어떤 감정 속에서 시대를 바라봤는지를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신간 <크리스티안 페촐트- 색채를 지닌 누아르>는 그저 그런 감독론을 나열한 책은 아니다. 스크린에서 미처 잡아내지 못한 페촐트 영화의 숨은 결을 읽어내는 안내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프랑스 영화평론가 루이즈 뒤마가 6년간 크리스티안 페촐트와 나눈 대화를 담은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애호, 국가적 역사가 어떻게 그의 영화예술을 형성했는지를 풀어낸다. 분단과 통일을 겪은 독일의 역사적 유산, 니나 호스와 파울라 베어 같은 여성 배우와의 협업 등 그의 영화가 어떻게 완성됐는지를 빠짐없이 훑는다.
할리우드 세계관 바깥에서 자생해 온 유럽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을 만하다. ‘바바라’(2012), ‘운디네’(2020)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페촐트가 빔 벤더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를 잇는 현대 독일영화의 기수이자 베를린파를 이끄는 시네아스트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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