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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 버리고 얻는 평온함…CEO 의사결정에 도움되죠"

입력 2025-11-24 18:06   수정 2025-11-25 00:10


‘고통을 겪는 이유는 우리의 마음이 정화되지 않았고, 깨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을 정화하는 것은 고통을 뿌리째 제거하는 유일한 길이다.’

남민우 다산그룹 회장이 최근 펴낸 <법구경> 첫 장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법구경(法句經)’은 가장 오래되고 널리 알려진 불교 경전이다. 남 회장은 수십 종 에 이르는 여러 원전을 참조해 가장 이해하기 쉽게 번역하고 배경 설화와 영어 주석 등을 달아 330여 쪽 책으로 엮어냈다.

벤처 1.5세대로 통신장비사업에 뛰어들어 공격적인 경영으로 14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을 일궈낸 그가 정적인 고전을 탐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 회장은 24일 “불교에서 탐진치(貪瞋痴)라고 부르는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버리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의사결정자인 경영자의 판단에도 도움이 된다”며 법구경에 빠진 배경을 설명했다.

남 회장은 2019년 노자의 ‘도덕경’을 번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도덕경을 접할 때 사업을 통해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체득한 경험이 공명하는 것처럼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도덕경에 나오는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남 회장은 매출과 영업이익이라는 수치를 목표로 경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 환경이 변하면 그에 맞게 궤도를 수정하는 것이 낫지, 목표에 집착해 억지로 달성하라고 다그치면 무리수가 생기고 (직원들이)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노자의 가르침 가운데 최고 리더십으로 꼽는 대목은 ‘무언지교(無言之敎)’다. 말없이 가르치는 솔선수범이 경영인의 덕목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남 회장은 “잔소리하고 지적해도 사람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며 “기업인 스스로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올바른 길을 가면 직원들이 따라오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비매품으로 지인들에게 나눠주던 법구경과 도덕경 번역서를 묶어 <기업가의 눈으로 본 노자와 싯다르타>라는 신간을 정식 출판할 계획이다. 기업을 일군 경영자에게 마음 수양의 교훈을 전하기 위해서다. 청년들을 향한 <닥창(닥치고 창업)> 출간도 계획 중이다. ‘닥창’은 그가 평소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지론이다.

30, 40대 못지않은 체력을 유지하는 남 회장에게 건강 비결을 묻자 30년간 계속해 온 조기축구를 꼽았다. 그는 ‘도덕경 축구’를 추구한다고 했다.

“무리하게 수비수를 제치고 골을 넣으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합니다. 빈 공간으로 뛰어 들어가면 패스를 쉽게 받아 부상 위험을 피할 수 있고, 골을 넣기도 쉽습니다. 30년간 축구를 즐기면서 한 번도 다치지 않은 비결이죠.” 그의 경영 방식을 짐작하게 하는 축구 철학이다.

남 회장은 인공지능(AI)이 벤처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세대 벤처가 제조업에서 발흥했고 벤처 2~3세대가 게임과 플랫폼 시장 등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면 이제 AI를 무기로 한 4세대 벤처가 등장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다산그룹은 초고속 인터넷과 전장용 네트워크 솔루션을 개발하는 다산네트웍스를 비롯해 전자파 차폐 소재 제조사 다산솔루에타, 차량용 고무 부품을 생산하는 다산디엠씨 등 1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3376억원)보다 약 50% 늘어난 50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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