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이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서도 항소를 포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정치 사건에서 사실상 ‘당연 절차’로 여겨졌던 검찰의 관행적 항소 방식이 변화하는 조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결정에는 정부가 강조해온 ‘기계적 항소 지양’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이후 검찰의 관행적 항소를 줄여야 한다는 방침을 밝혀왔고,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항소 관행”을 문제 삼으며 제도 정비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법무부도 이번 결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사·공판팀 의견을 그대로 존중한 것”이라며 “법무부 차원의 관여는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정 장관이 대장동 사건에서 검찰 수사팀에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하며 내부 반발이 거세게 일었던 점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항소 포기가 검찰 내부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 기계적 항소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기 이전부터 일선 검찰청에서는 다수의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하는 일이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대장동 사건의 경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항소 포기에 대한 비판이 충분히 나올 수 있지만, 사건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는 일 자체가 일선 검찰청에서는 전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도 관련 글이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검찰이 선택적으로 항소를 포기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분쟁 최소화’라는 궁색한 이유로 항소를 포기한 것은 법치주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형종이 달라진 경우 항소한다”는 대검 예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장동 항소 포기 때와 달리 이번 사건에는 검찰 내부 비판이 전혀 없는 점을 들어 ‘선택적 분노’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송언석 원내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피고인 전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벌금액은 나 의원 2400만원에서 이철규 의원 550만원까지 차이가 있었지만 모두 의원직 상실형 기준에는 미치지 않았다. 일반 형사사건은 금고 이상, 국회법 위반 사건은 벌금 500만원 이상이 선고돼야 의원직을 잃는다.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를 포기할 경우 1심 형은 그대로 확정되며, 현역 의원 전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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