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기준 NSS에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인 곳은 유럽이다. 트럼프 정부는 NSS에서 유럽의 진정한 문제로 ‘서구적 정체성 상실’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유럽이 현재 궤도를 바로잡도록 돕는 일”이라며 “수십 년 내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는 비(非)유럽계가 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의 경제적 쇠퇴보다 문명적 소멸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정치적 자유와 주권을 훼손하는 유럽연합(EU) 등을 문제 삼고, 유럽 국가에서 유럽의 현재 방향에 대한 저항 세력을 육성하는 것”이 미국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날 프랑스 르몽드는 “유럽을 향한 (장례식) 추도사”라며 “(대서양 동맹의) 이혼 도장은 이미 찍혔고 재산 분할 절차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중국에 대한 전략은 이중적이다. NSS 전체에서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가장 강력한 위협으로 수차례 거명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지만 ‘중국’이라는 표현 대신 ‘타국’ ‘외국 세력’ ‘비(非)서반구 경쟁국’ ‘잠재적 적대 세력’ 등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 관해서는 주로 “경제 관계 재조정”이라고 서술했다. NSS는 “베이징과 진정한 상호 이익이 되기 위한 경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면 미국 경제 규모가 30조달러(2025년)에서 2030년대에는 40조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2017년에 나온 트럼프 1기 NSS와 크게 달라진 대목이다. 당시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주요 위협으로 지목하며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 시도하는 수정주의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올해 NSS에는 ‘공산당’이라는 표현조차 피하면서 명확하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억지력 강화를 강조했다. 대만에 대해 반도체 생산 지배력과 제2도련선에 접근하는 길목을 막고 있는 지리적 위치를 이유로 들어 “대만 분쟁을 억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에 “대만의 일방적 지위 변경을 반대한다”고 했던 내용은 “지지하지 않는다”로 소폭 후퇴했다.
미국의 부담을 동맹에 부담시키고 전가해야 한다는 것도 이번 NSS의 핵심 내용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와 관련해 피터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이날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에서 이스라엘, 한국, 폴란드 등을 미국의 국방 지출 확대 요구에 부응한 ‘모범 동맹’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한국처럼 자기방어를 더 책임지는 동맹은 우리에게서 특혜를 받겠지만, 집단 방위를 위해 자기 역할을 여전히 하지 못하는 동맹은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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