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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인공지능(AI)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2022년 말 챗GPT의 등장은 일상의 모든 영역에 충격을 주었고, 2024년에는 AI 연구자들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받으면서 AI가 단순한 정보기술의 한 분야를 넘어 패러다임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AI가 나와는 관계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살아온 평범한 사람으로서, 이런 흐름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견된다는 점은 놀랍습니다.
AI의 영향력 확산은 헬스케어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국제 컨설팅 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금융·유통·제조 등 전통 산업을 모두 제치고 향후 가장 빠르게 성장할 AI 관련 분야는 헬스케어 산업이라고 합니다. 일부 기관은 2023년부터 2030년까지 AI 관련 헬스케어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4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AI 의료기기, 어떤 법으로 규율하나
지난 1월부터 시행된 디지털의료제품법은 우리나라 규제 체계가 헬스케어 산업의 혁신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 빠르게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동안 AI 기반 의료제품, 특히 그중에서도 AI 기반 의료기기는 일반 의료기기와 마찬가지로 의료기기법에 따라 심사와 허가를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특성을 기존 법체계만으로는 담아내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이에 정부는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자 '디지털 의료기기'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새로운 법령이 시행됨에 따라 어떤 의료기기가 디지털의료제품법에 따른 디지털 의료기기에 해당하는지 혼란이 있을 수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의료제품 분류 및 등급 지정 등에 관한 규정 [별표 2]를 통해 다음과 같은 다이어그램을 제시하여 민원인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디지털 의료기기로 인정받으려면
위 다이어그램에 따르면, 디지털 의료기기에는 ① 독립형 소프트웨어 기술이 적용되거나 ② 그 밖의 디지털 기술(인공지능 기술, 지능형 로봇 기술, 초고성능 컴퓨팅 기술, 가상융합기술 중 택1)이 적용돼야 합니다. 디지털 기술의 경우 ⓐ 의료기기 하드웨어의 제어·구동에 영향을 미치거나, ⓑ 내장형 디지털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기능에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위 경우에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디지털 기술이 액세서리에 적용됐다면 디지털 의료기기로 분류됩니다. 또 디지털 기술이 전자 인터페이스, 구성품, 인프라에 적용된 경우에는 디지털의료제품법에 따른 디지털 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 이전에 AI 관련 의료기기를 의료기기법에 따라 허가받은 영업자도 디지털의료제품법 부칙 제4조에 따라 전환 영업자로 인정받아 디지털 의료기기 제조업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식약처가 발간한 '디지털의료제품 법령 시행에 따른 업무 안내서'에 따르면, 위 부칙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영업자에 대해서는 식약처장이 별도로 통지한다는 취지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무상 통지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따라서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 이전에 의료기기법에 따라 AI 관련 의료기기를 허가받은 영업자가 위 부칙 적용 대상이 되기를 희망한다면, 식약처에 적용 대상 여부를 문의해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AI 의료기기 시장, 정보보호 주목해야
한편 최근까지 AI 관련 의료기기 시장은 주로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위주로 형성돼 있으며, 실무에서 의료인들이 AI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의료기기)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영상의학과 등 전문의들이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영상을 분석했다면, 이제는 AI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가 질환별 가능성을 점수로 분석해주고, 특정 질병 판정 가능성을 확률값으로 제시해 진단을 보조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디지털 의료기기는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2024년 디지털 의료기기 수출액이 2023년 대비 45.4% 증가하는 등 헬스케어 영역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향후에는 진단 보조 기능을 넘어 생성형 AI를 적용한 의료기기도 개발될 예정입니다. 이는 우리 일상생활에 AI가 미치는 영향 이상으로 의료기기 산업에도 AI의 영향력이 지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다만 개인의 건강 상태와 같은 민감정보를 다루는 헬스케어 영역에서 AI를 통한 정보 처리가 이뤄질 경우, 정보에 대한 보호는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최근 쿠팡 사태와 같은 고의적인 정보 유출도 우려되지만, 개인의 통화 내용 요약 정보 등을 개발자의 실수로 제삼자에게 노출한 익시오 사건처럼 과실에 의한 경우에도 민감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정보 보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다중 보호 장치도 필요합니다.
만약 헬스케어 영역에서 AI 사용으로 인한 민감정보 노출 사건이 발생한다면, 관련 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도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것과 더불어, 정보 보호와 관련한 규제 방안을 선제적으로 충분히 마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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