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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새해 증시의 아킬레스건…10~20% 조정 가능성도”

입력 2026-01-05 09:54   수정 2026-01-05 09:55

[머니 토크]

세계 경제는 관세 긴장과 물가 둔화, 금리 전환기라는 불확실성을 지나, 이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가고 있다. 2026년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구조적 성장 동력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는 한편, 고금리·고물가 환경이 다시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계론도 함께 존재한다. 과연 2026년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기회는 어디에 있으며, 리스크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진단을 위해 지난 12월 9일, 변정규 다이와증권코리아 FICC본부 상석본부장, 이선엽 AFW파트너스 대표, 장재철 피나클경제연구소 대표(가나다 순)가 한자리에 모였다.
2025년 세계 경제를 규정하는 핵심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무엇일까.
장재철 피나클경제연구소 대표(이하 장 대표) “연초에 제기됐던 각종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안정적이었다. 2025년 초까지만 해도 관세 정책 강화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주요국들은 관세 충격을 잘 견뎌냈고, 시장이 가장 걱정했던 경기 침체 국면은 피했다. 또 일본을 제외하면 주요국들이 당초 예상했던 만큼 과감한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하면서 통화 정책 측면에서는 다소 정체된 모습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약세 흐름 속에서 글로벌 자금 이동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개되며 금융 시장의 불안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았다. 종합해보면, 세계 경제가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초체력과 탄력성을 입증한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변정규 다이와증권코리아 FICC본부 상석본부장(이하 변 본부장) “2025년은 고환율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상승한 것은 외환위기(1999년 말)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당시 단 두 차례뿐이었다. 이번에는 위기 국면이 아닌 상황에서도 1400원대 환율이 장시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2026년 초까지도 이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뉴노멀’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환율은 시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수년간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누적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물가 압력은 더욱 커진다. 2000년대 원·달러 평균 환율은 약 1130~1150원 수준이다. 지금은 약 20~25% 높은 수준으로, 원화 가치가 상당히 절하된 상태다. 현재 환율 수준을 정상 범위로 되돌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정리해볼 수 있을까.
이선엽 AFW 파트너스 대표(이하 이 대표) “국내 증시가 4000선을 넘어선 게 큰 의미를 갖는다. 크게 두 가지 요인이 맞물렸다고 본다. 첫 번째는 정책 변수다.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상법 개정 등 실제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미국의 공급망에서 제외되고, 우리나라가 특정 산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 점도 중요한 배경이 됐다. 두 번째 축은 인공지능(AI) 확장과 반도체 업황 회복이다. AI 투자 확대와 함께 하반기부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됐다. 사실상 4000선을 만든 가장 큰 동력은 반도체다. AI는 신기술 영역에 머물지 않고, 전력, 인프라, 소재 등 구경제 분야까지 연쇄적으로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처럼 신기술이 구경제까지 견인하는 구조적 상승은 증시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장 대표 “만약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이 없었다면 2025년 성장률은 1%를 넘기기 어려웠을 것
이다. 그나마 하반기 성장세가 회복된 것은 반도체 사이클이 돌아오면서 수출과 설비투자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당초 우려했던 ‘0%대 성장’은 벗어났지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우리 경제의 내생성이 회복됐느냐는 점이다. 경제의 내생성은 수출뿐 아니라 소비와 투자, 즉 내수가 스스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인데 그런 신호가 뚜렷하진 않았다. 내수 성장 동력 자체가 약해진 상황에서 이런 흐름은 2026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의 성장 구조는 건설 경기 부진이 더 이상 성장률을 깎아먹지 않는 수준에서 멈춘 데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와 AI 등 특정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2026년 잠재성장률을 1.7%로 하향 제시했다. 한국 경제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을 보면, 금리와 성장의 관계에 대해 기존의 경제학적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 본부장 “전통적인 경제학 교과서로 보면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성장이 확대되고, 고용과 투자가 늘어나며,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경기가 둔화되는 것이 정상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의 현상은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의 틀이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유동성이 풀린 뒤 미국의 기준금리는 5.5%까지 올라갔지만, 달러화의 매력은 오히려 극대화됐다. 이 때문에 세계 자금이 미국으로 집중됐고, 이는 미국 주식 시장과 경기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일본에선 아베노믹스를 통해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춰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효과가 없었고, 엔화 약세와 성장 부진,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졌다.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글로벌 자본의 초집중과 금융 산업의 비약적 성장, 자산운용사의 대형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국제 경제가 과거 무역 중심으로 돌아갔다면, 이제는 금융과 자본 이동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2025년 원화 약세가 심화됐다.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금리를 내린 것도 외환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이 대표 “2025년 시장에서 흥미로운 특징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주가 밸류에이션 잣대가 시장을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첫째는 AI 투자 규모가 기존 상식을 압도할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막대한 현금을 벌고 있음에도,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채권까지 발행했다. 이 거대한 투자 수요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이전에 볼 수 없던 속도로 끌어올렸다. 둘째, 반도체 산업이 더 이상 과거처럼 단순한 사이클 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AI라는 새로운 환경에서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보고 주가순자산비율(PBR) 중심으로 평가해 왔던 방식이 흔들렸다. 이런 배경 때문에 시장에서는 비싸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실제 이익이 가격을 정당화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AI 투자 확대를 둘러싼 버블 논쟁과 향후 시장 리스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시나.
장 대표 “주목하는 부분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특징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필요한 분야로 자원이 비교적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정책 역시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원자력발전 확대와 같은 에너지 정책에서도 기술 혁신과 실제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이런 흐름이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지탱하고 있다고 본다. 현재 미국 경제를 보면 노동 시장은 냉각된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성장 자체는 여전히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 AI 관련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는 한 미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것이 2026년 시장에는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성장세가 강한 이상 인플레이션은 쉽게 내려오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고, 하반기 이후 다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변 본부장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지금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인식해야 한다. 저는 미국 경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2024년 하반기에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 2025년 상반기에는 관세 우려와 물가 둔화 지연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후 8월 말(한국 기준 9월 초)에 들어서서야 다시 인하가 이뤄졌고, 10월에도 연속 인하가 이어졌다. 현재 물가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고용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공식 실업률은 4.5% 수준으로 소폭 상승에 그쳤지만, 26주 이상 실업 상태에 있는 장기 실업자가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25%를 넘어섰다. 고용과 물가가 동시에 부담이 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Fed의 통화 정책은 상당히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케빈 해싯 역시 물가가 높게 유지된다면 기준금리를 생각보다 빠르게 내리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는 상반기까지 미국의 기준금리가 스태그플레이션 부담으로 인해 쉽게 인하되기 어려울 가능성을 시사한다. 문제는 하반기다. 만약 고용 상황이 더 악화되고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문다면, Fed는 물가와 고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신용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정책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한 대응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하반기에는 오히려 금리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를 환율로 연결해보면, 상반기에는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율이 1400원대의 고점을 상당 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하반기 들어 미국 정치 일정과 함께 달러 인덱스가 완화되는 흐름이 나타난다면, 원화 역시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올 여지가 있다.”
2026년에는 Fed의 통화 정책이 증시, 펀더멘털, 환율 등 모든 변수의 중심에 있다.

장 대표 “스태그플레이션의 정의 자체가 최근 들어 상당히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가 전제돼야 하는데, 현재 미국의 성장률을 보면 2025년 3분기 3%대 중반이고, 4분기 역시 일시적인 셧다운 영향을 감안하면 평균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경기 침체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성장세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국면이라면, 그런 의미의 ‘완화된 스태그플레이션’ 진단에는 일정 부분 동의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미국 경제의 둔화가 1~2분기까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OBBA(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를 비롯해 추가적인 재정 부양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2025년 단행된 금리 인하 효과 역시 2026년에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이다. 경기 자체는 연착륙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고용은 2025년 4분기나 2026년 1분기쯤이 피크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후 안정화 국면에 들어간다면 정책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차기 Fed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발언 역시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고, 채권 시장은 이미 상당 부분 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만약 하반기에 금리 인상 압력이 다시 부각된다면, 미국 성장주와 AI 관련 주식에는 분명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이미 상당 부분 금리를 인하한 상태여서 추가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다. 1400원대 환율이 과연 ‘뉴노멀’이냐는 질문에 대해 저는 정상이라기보다는 레짐 시프트(regime shift), 즉 구조가 바뀐 결과라고 본다. 이 환율을 억지로 끌어내리려 하기보다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2026년 중반 이후로 갈수록 달러 강세 환경이 재개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대표 “또 하나 중요한 변수가 있다. 바로 트럼프의 중간선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려면 2026년 경제 상황을 2025년보다 더 좋게 만들어야 하는 압력이 존재한다. 특히 2026년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진행되기 때문에, 외국인이 채권을 사기 위해 자금을 들여오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1~2분기에는 원화가 지금보다 안정되면서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좋게 만드는 전략이 오히려 ‘자충수’가 될 소지도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금리가 바로 2026년 증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지금 너무 많은 유동성이 미국 AI·테크 분야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데, 금리가 오르면 이 쏠림을 되돌릴 강력한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금리 인상 우려의 선행지표는 고용이다. 비농업 부문 고용 지수가 두 달 연속 좋아지면 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즉각 반영할 것이고, 시중금리가 오르며 증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추세가 꺾이지 않더라도 10~20% 수준의 큰 조정은 충분히 예상된다. 1999년 닷컴 버블 당시에도 금리 방향이 바뀌는 전환 국면에서 시장은 크게 쉬어갔다. 2026년 중반, 비슷한 패턴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변 본부장 “2026년 미국은 5월에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 한국은 4월에 한국은행 총재 임기 만료가 있다. 두 나라 모두 통화 정책 수장이 교체되는 시점이 겹치기 때문에 정책 방향성에 미묘한 변화가 생길 수 있는 해다. Fed는 양적긴축(QT)을 상당히 오래 유지해 왔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도 양적긴축을 지속해 왔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양적긴축의 핵심은 만기 도래한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재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시장에서 돈을 빼낸다는 의미이고, 이는 현금 유동성을 빠르게 줄인다. 실제로 최근 미국 단기 금융 시장에서는 은행들의 단기자금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 그 증거가 바로 SRF(Standing Repo Facility) 잔액 급증이다. SRF는 시중은행들이 국채를 담보로 하루짜리 유동성을 빌리는 ‘최후의 단기 안전판’인데, 월말마다 잔액이 급등하고 있다. 이는 시장의 단기 유동성이 빠듯해지고 있다는 뜻이고, 마치 휴화산이 조금씩 열을 뿜는 것처럼 신용경색의 초기 징후가 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모든 금융위기는 신용위기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유동성 지표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최근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으로의 투자금이 급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기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위험자산 선호는 즉시 줄어든다.”
2026년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하나 뽑아달라.
이 대표 “핵심 화두는 ‘전력’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AI 경쟁이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경쟁이었지만, 이제는 반도체 병목과 함께 전력 병목이 본격적인 제약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실적 발표에서 ‘기업들이 전력 부족 때문에 GPU 구매를 미룰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손정의 회장도 한국 AI 산업의 가장 큰 리스크로 전력 문제를 지적했다. 그래서 저희는 2026년에 전력 부족 이슈가 AI·반도체 투자 사이클 전체를 지배하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력이 모자라면 당장 가장 빨리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분야는 태양광, 2차전지 같은 재생에너지 쪽이다. 동시에 전력 확충 관점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원전도 다시 주목을 받을 것이다.”
변 본부장 “국제 금융 시장에서 2026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단 하나로 압축하면 ‘장기채 금리의 경고’다. 지금 장기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고 계속 상승하고 있다. 미국만 그런 게 아니라 일본 10년물도 2%를 앞두고 있고, 우리나라 장기채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다. 첫째, 시장이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를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앞으로 장기 국채를 누가 사줄 것인가에 대한 구조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국채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양적완화(QE)를 다시 한다면 국채 발행이 더 늘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주요 매입 주체였던 중국, 일본의 수요는 줄었고, Fed도 양적완화로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장기 국채를 사줄 세력이 부족해지고, 결국 미국은 더 높은 금리로 장기채를 팔 수 있다. 장기채 금리의 상승은 스태그플레이션 신호다. 동시에 세계 장기 국채 시장의 구조적 피로를 드러내는 것이다.”
장 대표 “글로벌 금융 시장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결국 재정일 것이다. 재정을 확대하려면 국채 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국채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간다. 여기에 재정 지출이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기대 인플레이션도 올라간다. 그래서 Fed가 2026년에 두세 번 기준금리를 내린다 해도 장기 금리는 오히려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제는 양극화되는 가운데, 자금은 결국 미국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금리도 높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달러 강세가 지속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말 재정위기가 오느냐. 리스크는 크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급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것이 위기로 전이되려면 신용 리스크나 디폴트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커져야 한다.”
일부에서는 엔 캐리 자금 청산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 발생 여부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
이 대표 “엔 캐리 이슈가 시장에서 계속 언급되지만, 예상만큼 부정적 충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최근 데이터를 보면 일본에서 차입해 해외로 유출된 자금 자체가 지난 몇 년간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즉, 과거 형성된 엔 캐리 자금은 존재하지만 최근 몇 년간 새롭게 확대된 규모는 크지 않다는 뜻이다. 또 중요한 것은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의 엔화 포지션이 현재 매우 중립적이라는 점이다. 2025년 엔화가 과도하게 약세·강세로 베팅됐던 시기마다 시장 변동성이 크게 발생했기 때문에, 지금은 주요 자금들이 양쪽 방향 모두 적극적으로 베팅하기보다는 중립적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엔화가 추가로 약세나 강세가 오더라도 엔 캐리 청산이 대거 발생해 시장을 흔들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2026년 시장에서 더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트럼프 변수’다. 트럼프가 중간선거에서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면 물가를 낮추는 것이 필수인데, 지금 미국 물가의 핵심은 생필품 가격 구조다. 이를 낮출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다. 미국 월마트 상품의 60%가 중국산일 정도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관세를 30~40%에서 10%대로 낮추기만 해도 단기간 물가 안정 효과가 있다. 만약 관세 인하가 현실화되면 미국 물가 부담이 상당히 줄고, 이에 따라 금리 인상 우려도 진정되면서 증시에 우호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
장 대표 “2026년 시장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시장을 지탱해 온 핵심 축인 통화 정책 기조가 전환되는 시점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정책 변화가 시작되면 금리, 유동성에 대한 기대가 조정되면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한국 경제는 2025년과 2026년을 기점으로 바닥을 다지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한다. 그동안 성장률을 깎아 먹던 요인들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다면, 지금은 점진적으로 투자에 나설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과 변곡점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오히려 이런 시기일수록 새로운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자산 배분 측면에서는 채권보다는 주식이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으며, 적어도 2026년 상반기까지는 미국과 한국 주식 시장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여 가는 전략이 합리적이라 보고 있다.”
이 대표 “2026년 시장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중간에 예상보다 큰 조정이 나올 가능성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건 무리한 레버리지, ‘빚을 통한 투자’를 절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버블 국면에서도 의외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못 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과도한 레버리지 때문이었다. 또 하나 중요한 축은 AI의 발전 속도와 영향력이다. 주식 시장을 오래 봐 왔지만 지금처럼 산업 구조가 이렇게 빠르게 바뀌는 시기는 처음이다. 투자자들은 AI가 어떤 산업의 병목을 만들고, 어떤 공급 부족을 유발하는지 세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빅테크보다는 오히려 비(非)빅테크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매출을 내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예를 들어 휴머노이드 로봇, AI 기반 신약 개발 같은 분야에서 실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2026년 시장은 기존의 ‘AI에 투자하는 시장’에서 ‘AI로 실제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로 초점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AI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지점을 선별해 투자 포인트를 고민하는 것이 2026년 시장을 바라보는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 정리 이현주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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