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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주간 이해상충 M&A땐 '사외이사 특위' 구성…대주주 영향 최소화

입력 2025-12-18 18:01   수정 2025-12-19 14:42


지난 7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담은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공포되자 경제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소액주주 등이 제기하는 무차별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손해배상 등 이사의 법적 리스크(위험)에 대비하는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이 급증하는 현상까지 발생할 정도였다. 18일 공개된 법무부의 이사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은 주주 권익 보호란 개정 상법의 취지는 살리되 이사의 적절한 행동반경을 설정해주려는 일종의 상법 개정 후속 조치다. 다만 중소 상장사 입장에선 준수해야 할 기준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이드라인이 ‘문제의 거래’로 적시한 계열사 간 합병, 상장폐지 거래 등은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사가 ‘노력 증거’ 제시하라”

이날 법무부 이사 행위규범 가이드라인 제정 태스크포스(TF)가 공개한 가이드라인 초안에 따르면 계열사 간 합병 등 이해 상충 소지가 있는 거래엔 사외이사(독립이사)와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특별위원회의 자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합병 결정 과정에서 대주주 영향력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주주 소송이 벌어질 경우 법원이 일차적으로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따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계에선 사실상 의무화 조항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위는 비밀 유지 의무 이행을 전제로 미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별도 비용 보전을 받거나 배상책임 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다. 이사회 위임 결의, 전원 사외이사 구성 등 특정 조건을 채우면 이사회 전권을 가져오는 것도 가능하다. TF 단장을 맡은 천경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위는 거래 조건이 형성되는 초기에 설치하는 것이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주주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는 강화했다. 특히 투자자 원성이 큰 ‘스퀴즈아웃’(지배주주가 소수주주의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상장폐지) 등 상장폐지 수반 거래는 이사회가 ‘공개매수 의견 표명서’를 제시하도록 했다. 일반 주주 관점에서의 거래 적정성, 공개매수 가격 산정 근거, 유사 사례 검토 및 대안적 거래 구조의 존재 가능성을 모두 쓰도록 권고했다. 이 밖에 주주 소송이 벌어질 만한 거래는 외부 기관의 검토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주식 가치·합병가액 평가부터 절차의 적법성과 거래 조건의 적절성 등을 전반적으로 따지기로 했다. TF는 또 손해배상 청구를 피할 수 있는 이사의 경영 판단 원칙에 대해서도 기준을 요구했다. 천 교수는 “이사가 질문과 자료 요청을 통해 정보 확보 노력을 했는지, 입체적 분석이 담겼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영세 기업엔 ‘높은 허들’
현장에서는 사안별로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과반, 3명 이상으로 특위를 구성할 충분한 인력을 갖췄다. 하지만 이보다 영세한 회사는 특위 구성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윤재숙 한국거래소 부장은 “코스닥 상장사들은 비용과 인프라 부족에 시달린다”며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특위 형태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의 합병가액 평가 등도 규모가 작은 회사에는 의뢰 하한선을 정해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독립적인 기관을 선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업 재편을 위해 필요한 계열사 간 합병도 위축되면서 구조조정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TF는 ‘소수주주 다수결제도(MoM)’는 가이드라인 권고사항으로 삼지 않았다. MoM은 이해 충돌 소지가 있는 거래에서 대주주 의결권을 배제하고, 소수주주 다수의 찬성이 있을 때만 안건을 통과시키는 제도다. 당초 TF는 해당 제도도 논의 대상에 포함했지만 경제계 우려를 받아들여 초안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 관계자는 “애초 회사에 장기적으로 유익한 거래가 차단되고 결의 요건 충족도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컸다”며 “MoM이 빠진 것은 기업 입장에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시은/정희원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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