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합작해 짓는 테네시주 광물 제련소가 한·미 양국으로부터 글로벌 광물 시장 지각변동을 이끄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받고 있다. 희토류로 대표되는 중국의 세계 핵심 광물 공급망 패권을 견제하는 게 당면과제인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해외 기업에 자국 진출 지원과 지분 투자까지 하고 나선 게 포인트다. 이번 프로젝트 추진에 대해 흘러나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는 실(失)보단 득(得)이 훨씬 크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고려아연은 임시이사회를 열어 테네시주에 74억3200만달러(약 10조9000억원)를 투자해 제련소를 짓기로 결정했다. 2027년 착공해 2029년부터 순차 가동할 예정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전쟁부 및 상무부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 추진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것이라 보고 있다. 미국이 한국·일본 등 우방 8개국과 함께 중국을 배제한 전략 광물 공급망 ‘팍스 실리카(Pax Silica)’를 출범시켰는데 이 같은 배경에서 성사된 프로젝트인 만큼 실기(失期)하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깔렸다.
미국 정부가 제련소 운영법인 지분 확보를 비롯해 상당 부분 수익권을 가져가는 등 ‘퍼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 사안은 단순히 경영권 방어 등 일개 기업 차원 문제로만 보면 곤란하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근시안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결코 놓쳐선 안 될 국가적 기회라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업무보고를 마친 뒤 고려아연 테네시주 제련소 프로젝트에 대해 “(고려아연이) 재무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판단을 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 입장에서도 희토류와 희귀광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고려아연이 이 비즈니스의 수익과 비용, 리스크까지 감안한 것으로 이해한다. 미 상무부도 적극 환영하는 프로젝트”라고 짚었다. 이어 미국 측과의 협의를 통한 한미전략투자기금 지원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은 “제련소 건설에 필요한 (미국 정부) 인허가와 규제 관련 자문·수요처 발굴 등의 서비스에 대한 비용으로, 제련소 정상 가동 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는 아연·연·동 등 산업용 기초금속을 비롯해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 등 13개 품목을 생산한다. 이 가운데 11종은 미국이 지정한 ‘2025년 핵심광물 목록(List of Critical Minerals)’에 등재돼 있다. 갈륨은 인공지능(AI)·통신·전력반도체 재료이며 게르마늄은 광통신·적외선·태양전지 등에 쓰인다. 안티모니는 탄약·합금 등 군수 분야 수요가 높다. 제련소가 양국 자원 안보 동맹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도 고려아연 제련소 프로젝트를 팍스 실리카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향후 동맹국들과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란 이유다. 미 국무부 제이콥 헬버그 경제담당 차관은 블룸버그와의 대담에서 “미국의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를 통해 경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고려아연과의 프로젝트는 그 노력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또한 앞서 “고려아연 프로젝트는 미국의 핵심 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거래)”이라며 “핵심 광물을 미국에서 대량 생산해 타국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안보와 경제 안보도 강화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시장에서도 테네시주 제련소의 전략 가치에 대한 우호적 평가와 함께 사업성 역시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의 ‘전략 자산’으로 편입될 뿐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 핵심 파트너가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증권가는 테네시주 제련소가 건립되면 이곳에서 생산되는 광물들이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데다 미국 공급망에 참여한 만큼 원활하게 판매돼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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