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1일 10: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 합작 계약에서 최종 계약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합작법인이 고려아연 지분 10.3%를 그대로 보유하게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미국 측의 의무와 책임은 없는 반면 고려아연 주주들의 지분 희석만 초래하는 비정상적인 계약이라며, 이를 승인한 경영진과 이사회의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려아연은 "비현실·비상식적인 가정으로 미국제련소 건설을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미국 기업 등 합작법인 투자자들이 체결한 ‘사업제휴 프레임워크 합의(BAFA)’에선 당사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최종계약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합의서에선 최종계약이 2년 내 체결되지 않을 경우 합의서 자체가 해지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이미 발행된 고려아연 신주 10.3%의 효력이나 회수·소멸에 대해선 어떠한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이를 근거로 "최종 계약이 무산되더라도 합작법인은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보유하게 되고, 고려아연은 이를 되돌릴 법적 수단 없이 주주 지분 희석만 초래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즉각 반박했다. 해당 계약은 미국 정부의 긴급한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을 고려해 늦어도 해당 기간 내에 최종 계약을 체결하자는 선언으로 양 측 합의 하에 논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 측은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 신주 인수에 수조원을 투입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2년 동안 최종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다는 MBK와 영풍의 주장은 비합리적이며 비상식적이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10.3%를 합작법인에 선제적으로 배정한 점 역시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고 외부 기관에 지분을 배정하려면 명확한 경영상 필요성과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 대가가 요구되지만, 미국 측 투자자의 구체적인 의무가 공백 상태여서 이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질적인 이익 없이 지분만 이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경영진의 판단 책임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합의서에 미국 측 투자자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떠한 지원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조항도 없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사업 수행과 그에 따른 위험 부담은 고려아연이 거의 전적으로 떠안도록 규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가 지분 배정과 합작 추진을 승인했다면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 보호 원칙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풍·MBK파트너스는 “미국에 제련소를 건설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합의서는 고려아연에게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특히 최종 계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배정된 고려아연 지분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주 발행의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합작 사업의 권리와 의무가 명확히 확정된 이후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상식적인 절차”라며 “이 같은 원칙을 무시한 지분 배정은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심각한 손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전략적 사업제휴를 통해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과 일치된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가 된 것으로, 고려아연 입장에선 미국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며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에만 혈안이 돼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을 넘어 기업가치 훼손마저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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