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외환시장 개장 직후 공지된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메시지는 시장 참가자들을 적잖게 놀라게 했다. ‘변동성’ ‘경계감’ 등 절제된 언어를 쓰던 당국이 ‘약세’라는 방향을 문제 삼고 실개입 의지까지 드러냈기 때문이다. 당국의 ‘초강력 경고문’과 함께 5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이날 환율은 장중 30원 넘게 하락했다.
외환당국은 이날 오전 9시께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 명의로 공식 구두 개입을 했다. 외환당국은 “지난 1~2주에 걸쳐 일련의 회의를 개최하고,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담당 조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음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당국 국장급이 직접 구두 개입에 나선 건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한 지난해 4월 16일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시장은 구두 개입 내용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구두 개입 때는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반면 이날은 약세라는 환율 수준을 문제로 언급하고, 정부의 개입 의지까지 강하게 드러냈다.구두 개입과 함께 실제 대규모 달러 매도도 이뤄진 것으로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담당 임원은 “정부가 오전 일찍부터 강력한 구두 개입 의지를 드러낸 것은 상당한 물량의 달러를 팔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다고 봐야 한다”며 “환율이 1440원대까지 떨어졌음을 고려하면 하루 동안 50억달러 이상이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이날 전략적 환헤지를 가동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당국도 연말 종가를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급등이 연말 금융기관의 자본비율 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외환당국 고위 관계자는 “1인당 국민소득 등 국가별 경제 성적표도 연말 환율에 연동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환율 흐름과 관련해 “세력들이 버티다가 당국에 밀려 환율이 내려가는 계단식 흐름이 나타났다”며 “당국이 시장에 완승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국이 연말까지 다시 환율이 올라가는 흐름을 만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연말 종가를 1450원으로 예상했는데 1440원 정도로 내려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환율이 1450원 밑으로 내려가면 상승 기대가 꺾이면서 안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당국 개입을 통한 환율 관리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말 환율 관리를 위해 단기적으로 환율을 끌어내릴 수는 있겠지만 해외 투자에 대한 기대를 꺾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초 환율이 되돌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진규/김진성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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