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작전
옷을 자기 사이즈보다 크게 입는 ‘오버핏’ 스타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남성복 브랜드를 찾는 여성 고객이 늘고 있다. 젊은층 여성 소비자 중심으로 여유로운 실루엣과 편안함을 중시하는 패션 트렌드가 확산하자 남성복 특유의 넉넉한 품과 소재가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다. 남성복·여성복 경계가 흐려지고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젠더리스(Genderless) 트렌드가 시장 전반에 자리 잡는 추세다.
27일 패션업체 LF에 따르면 올해(1~11월) 컨템포러리 브랜드 헤지스가 전개하는 서브 라인 ‘히스 헤지스(HIS HAZZYS)’의 2030 여성 고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배 증가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남성복 기반 브랜드지만 체형에 구애받지 않는 실루엣과 디자인이 오버핏 스타일을 추구하는 여성 소비자 유입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남성 캐주얼 브랜드 ‘TNGT’ 역시 여성 고객 비중이 커지고 있다. 2025 가을·겨울(FW) 컬렉션을 출시한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여성 소비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늘었다. TNGT 관계자는 “미니멀한 클래식 스타일이 여성들의 ‘예뻐 보이는 오버핏’ 수요와 맞물리며 브랜드 팬층이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버핏은 실제 체형보다 큰 사이즈 의류를 입었을 때 나타나는 여유로운 실루엣을 가리킨다. 1990년대 스트리트·힙합 문화의 영향으로 옷을 크게 입는 방식이 유행하며 확산한 스타일로 2010년대 중후반부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편안함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과 맞물리며 유행을 넘어 일상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2030세대 사이에서 과거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즐기는 ‘뉴트로(복고)’ 열풍이 거세진 것도 오버핏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편하게 착용할 수 있으면서도 ‘힙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여성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여성 고객 수요에 대응해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거나 사이즈 구성을 다양화하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히스 헤지스는 여성 체형에도 맞으면서 오버핏 실루엣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올해 스몰 사이즈 생산 비중을 전년 대비 약 20% 늘렸다. 특히 이번 FW 시즌부터는 가방 등 액세서리 라인도 새롭게 추가하며 여성 소비자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TNGT도 기존 남성 모델 위주의 화보에서 벗어나 2025 봄·여름(SS) 컬렉션부터 여성 모델을 발탁해 다양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상의뿐 아니라 하의에 대한 여성 소비자 관심도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올 여름에는 자체 개발한 플리츠 원단을 활용한 ‘요요기 플리츠’ 라인을 처음 선보였으며 제품 사이즈도 6가지로 세분화했다.
영캐주얼 브랜드에서도 여성 고객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2020년 남성 라인으로 출발한 캐주얼 브랜드 ‘세터(SATUR)’가 대표적이다. 남성복을 중심으로 시작했으나 최근 여성 고객 사이에서 인기를 얻자 성별 구분을 두지 않는 젠더리스 영역으로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패션 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세터는 지난해 8월 입점 이후 3개월 만에 매출이 입점 초기 대비 350% 증가하며 플랫폼 내 인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30대 여성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여성 고객이 브랜드의 실질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 같은 수요에 맞춰 별도의 여성 라인을 구축한 사례도 등장했다. 남성복 브랜드로 출발한 ‘드로우핏’은 여성 고객 증가에 힘입어 ‘드로우핏 우먼’을 출시하며 영역을 넓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성별보다는 핏과 스타일을 기준으로 옷을 선택하는 소비가 늘면서 남성복과 여성복으로 나뉘던 기존 카테고리 구분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며 “브랜드들도 사이즈, 라인업, 이미지 전반에서 기존 전략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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