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서울시는 직매립 금지에 대비한 국비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됐고, 주요 자치구들은 앞다퉈 민간 소각장으로 '웃돈 계약'을 맺고있다. 공공 소각시설 처리 여력이 점점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쓰레기 대란 우려가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년 1월 1일부터 수도권에서는 생활폐기물을 매립할 수 없다. 이는 2021년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원칙적으로 소각·재활용으로 처리하도록 한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다. 이 정책은 2015년 6월 당시 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가 합의해 생활폐기물을 그대로 묻지 않고 소각 후 남은 재만 매립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발주를 준비 중이거나 2026년 상반기 계약을 목표로 검토 단계에 머문 곳도 있다. 도봉·노원·서대문·양천구 등은 예상되는 쓰레기 물량과 예산을 재산정하며 민간 위탁 전환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시에는 공공 소각장을 활용하되, 물량이 넘칠 경우 민간으로 돌리는 구조를 전제로 계약을 맺고 있지만 직매립 금지 이후에는 사실상 비용 증가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간업체의 쓰레기 처리 단가는 공공 소각장보다 높은 수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공공 소각장 처리 비용은 t당 평균 13만1000원인 반면, 민간 소각장은 평균 18만1000원으로 약 38% 비싸다. 은평구는 관련 예산을 올해 48억9200만 원에서 내년 67억1000만 원으로 37% 늘렸다. 인천 서구도 민간 소각장 이용으로 인해 연간 처리 비용이 약 9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증가했다.
공공 소각장의 처리 여력을 초과한 생활폐기물은 그동안 인근 매립지에서 처리돼 왔다.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에는 매립이 불가능해지면서 초과 물량은 민간 소각장과 재활용 업체에 위탁 처리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민간 위탁 비중은 불가피하게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직매립 금지 관련 예산도 전액 삭감된 상황이다. 시는 직매립 금지 대응을 위해 2026년도 국고보조금으로 52억4000만원을 신청했지만, 정부 사전 심의 과정에서 5억원으로 줄어든 뒤 국회 심의에서 전액 삭감됐다. 서울시는 소각과 재활용 중심의 처리 체계를 가동해야 하지만, 정부·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관련 국고보조금이 모두 삭감되며 재정적 완충 장치는 사라졌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논의와 맞물려 매립 중심 처리 구조를 바꾸겠다는 목표였지만, 시행 시점까지 여러 차례 유예가 반복되면서 소각시설 확충과 재활용 인프라 투자 등 근본적인 대비는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문제는 처리 능력이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공공 소각시설의 전체 소각 능력은 하루 약 2200t 수준으로 알려졌다. 시설별 설계용량은 양천 400t, 노원 800t, 강남 900t, 마포 750t으로 총 2850t이지만, 실제 처리량은 각각 336t, 543t, 788t, 574t으로 집계됐다. 설계용량 대비 실제 가동률을 감안하면 추가 물량을 흡수할 여유는 제한적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국가 정책인 직매립 금지에 비해 재정·시설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비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서울시가 통합적인 처리 전략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자치구 간 비용 부담과 처리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민간 위탁은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이라며 “직매립 금지가 시작되는 2026년은 서울시 폐기물 처리 체계의 한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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