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가 '테크 덕후'들의 파티장으로 변모했다. 라스베이거스 주요 호텔 카지노층(로비층)엔 CES 전시장 출입증을 걸고 있는 관람객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CES가 개막하는 6일(이하 현지시간)엔 이른 아침부터 전시장을 찾기 위해 단잠을 떨쳐낸 관람객들로 로비가 붐볐다. CES 티켓 가격은 전시관 관람, 키노트·콘퍼런스 참석 가능 범위, 예매 시기에 따라 149달러(약 22만원)부터 1700달러(약 246만원)까지 조건별로 하늘과 땅 차이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6'이 이날 오전 10시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개막했다. 개막 시간을 한 시간 넘게 앞둔 시점에도 이미 전시장 안팎은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전 8시35분께 LG전자·TCL·하이센스 등이 입점한 핵심 전시장 중 한 곳인 LVCC 센트럴홀 정문엔 5분도 채 지나지 않는 동안 200여명이 안쪽으로 밀려들어왔다.
LG전자 전시장 입구 앞에 마련된 CES 주관기관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센터 스테이지엔 수십명이 둘러앉아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의 전날 기조연설을 시청하고 있었다. 이들은 앉아만 있지 않고 화면에 집중하면서 노트북과 필기구로 리사 수 CEO의 발언을 적기 바빴다.
CES를 즐기는 방식은 천차만별이었다. 오전 8시55분쯤 센트럴홀 내 CES 굿즈 스토어엔 10여명이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연인 한 쌍은 CES 글자가 적힌 후드티를 함께 구매하기도 했다. CES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단체 관람객부터 커피와 식사를 하면서 기다리는 관람객까지 모두 세계 최대 전시회를 취향대로 즐겼다.전시장 내부 풍경만 보면 "CES도 한물 갔다"는 업계 일각의 우려를 찾아볼 수 없었다. 주요 기업들 입장에선 무게추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겠지만 테크 덕후나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겐 여전히 산업 트렌드를 파악할 손꼽히는 무대여서다. 센트럴홀 내 글로벌 제조 기업 보쉬와 중국 하이센스 전시장 사이 복도 양쪽으로는 여러 국적 관람객 30여명이 앉아 개막 시간만을 기다렸다.
오전 9시를 넘어가자 로보틱스·인프라·스마트시티 분야 전시장인 LVCC 노스홀 입구엔 어림잡아 50명 이상의 인원이 진입 전 가방검사를 위해 줄지어 섰다. 이때 센트럴홀 입구와 LG전자·TCL·하이센스 전시장 앞엔 걷기 어려울 정도의 인파가 몰렸다.
개막 직전 LVCC 센트럴홀 관람객들은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입장을 준비했다. "쓰리, 투, 원"을 외치던 관람객들은 공식 개막이 선언되자 박수와 환호성이 보내면서 LG전자 전시장으로 진입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LVCC 대신 윈호텔에 단독 전시관을 마련하면서 LG전자로 인원이 더 몰린 영향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단독 전시관이 마련된 윈호텔 역시 CES 관람객들로 가득찼다. 삼성전자 전시관 앞은 개막 시간이 다소 지난 오후에도 관람객들을 피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정도였다. 전시장 입구 대형 터널 형태의 'AI 갤러리'엔 2030세대 관람객들이 곳곳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인증샷을 찍지 않는 관람객들은 이들 사이를 헤집고 지나가야 했다.
전시장에서 가장 '핫플'로 꼽힌 곳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130형 마이크로 RGB TV 앞이었다. 이곳에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다른 TV 제품군도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발길을 잡았다.
AI 기술을 활용해 간단한 명령만으로 취향에 맞는 사운드 경험을 제공하는 TV 전시공간 앞엔 2030세대 남성 10명이 축구경기 영상을 보면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비전 AI 컴패니언'은 축구경기를 시청하다 해설만 음소거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또 어느 팀이 이길 것 같은지 물으면 그간 데이터를 토대로 승률을 에측하기도 한다.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 통합한국관 이 있는 베네시안 엑스포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관람객들이 몰렸다. 이곳은 특히 해외 테크 크리에이터와 외신 기자들이 눈에 띄었다.
사실 최근 CES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 데다 특히 이번 CES를 향한 우려가 컸다. 'AI 거품론'이 확인되는 장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 같은 걱정에도 전시공간을 마련한 업체나 테크 덕후들에겐 여전히 CES의 역할이 중요했다.모빌리티 분야 전시가 이뤄지는 CES 웨스트홀에 전시장을 조성한 한 업체 관계자는 "CES 무용론이야 예전부터 심심치 않게 들렸지만 이곳만큼 글로벌 파트너를 물색하면서 우리 기술을 알리고 또 산업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곳도 없다"고 말했다.
노스홀에 전시장을 둔 한 외국계 로보틱스 업체 임원도 "글로벌 파트너를 찾기 위해 CES 참가를 선택했는데 만남의 장으로는 이곳이 유용하다"고 했다.
올해 CES는 6일부터 9일(현지시간)까지 LVCC를 비롯해 윈호텔, 퐁텐블로호텔, 베네시안 엑스포 등에서 '혁신가들의 등장'이란 주제로 열린다. 이번 CES엔 약 14만명이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스베이거스=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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