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비 증액 방침을 밝힌 직접적 배경은 ‘예산 부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우주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 돔’과 전함을 포함한 해군 전투능력 강화를 위한 ‘황금함대’ 구상을 발표했다. 모두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하다. 트럼프 정부는 골든 돔 발표 당시 총비용이 1750억달러(약 230조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통과된 ‘트럼프 예산안’(OBBBA)을 통해 250억달러를 우선 확보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방어체계 구축은 어림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우주 기반 요격체 구축에만 최대 5420억달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금함대는 ‘돈 먹는 하마’로 불리는 전함 건조를 포함한다. 백악관이 일명 ‘트럼프급’이라고 밝힌 차세대 전함은 한 척당 건조 비용이 10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신 항공모함을 제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투용 저가 드론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해군력 강화를 위해 전투함과 지원함을 다수 발주하는 등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1조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으로는 턱도 없다는 지적이 많다.
국방비를 확 늘리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중국은 이에 상응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중국은 트럼프 2기 관세 전쟁 이후 수출 중심 경제체제에 대한 압박이 커졌고, 국내 경제도 취약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과도한 군비 지출을 결정하면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게 된다.
세계를 향해 미국의 군사력을 얕보지 말라고 과시하는 의미도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식별한다면 군사적 수단으로 대응할 선택지를 항상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군비를 늘리면 동맹에 대한 국방비 지출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50% 증액이 문자 그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국방력 강화를 최대 당면과제로 내세우고 국가적인 동원체제를 확립할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방위산업체에 배당 등을 자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가 자원을 더 이상 시장 경쟁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직접 개입해 효율화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외부 전쟁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물가 등 국내 정치에서 국민의 관심을 전환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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