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연방·주·지방정부와 필리조선소의 생산시설 및 부지 확장 논의를 최근 시작했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대표는 “선박 건조를 위한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화가 2024년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과거 미 동부 최대 규모의 해군 조선기지 내부에 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50여 척의 군함 건조와 500여 척의 함정 수리를 담당했지만, 냉전 이후 필리조선소 생산 능력은 연간 1.5척 수준으로 축소됐다. 조선소에 바닷물을 뺀 상태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드라이 독(dock·선박건조장)’은 하나만 남아 있는 상태다.한화는 필리조선소의 연간 건조량을 20척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내년부터 7조원을 투입해 독을 4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필라델피아 일대 미사용 독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초과 수주에 대비해 수년 안에 미국 내 추가 조선소 인수도 모색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군비 증강’이 한화가 속도를 내는 직접적인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국방예산을 올해 예산(9010억달러)보다 50% 이상 증액한 1조5000억달러로 제시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방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3% 안팎에서 5%로 높아진다.
한화는 호주 정부로부터 최대주주(지분 19.9%) 자격을 승인받은 호주 방산기업 오스탈을 등에 업고 미국 함정 사업을 노리고 있다. 오스탈은 앨라배마주 모빌에 있는 오스탈USA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서 연안전투함 등 군함과 잠수함 모듈도 생산 중이다. 미 군함은 ‘번스-톨리프슨 수정법’ 등에 따라 미국에서만 건조·수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미국 무인함정 소프트웨어 기업 하보크AI와 손잡고 미사일 발사, 감시, 화물 수송 임무가 가능한 200피트(약 60m)급 무인수상정(USV) 개발 및 양산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인함정 전력에 30억달러(약 4조4000억원) 예산을 별도로 배정한 만큼, 한화가 미 해군이 검토하는 수백 척 규모의 USV 도입 사업 수주까지 염두에 두고 ‘독 확장’과 ‘무인 플랫폼’ 사업을 동시에 키우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잠수함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핵 잠수함 건조 활용 가능성에 대해 필리조선소를 언급한 가운데, 업계는 향후 마스가 펀드 등을 활용해 잠수함 유지·보수·정비(MRO) 및 건조 협력 논의가 구체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쿨터 대표는 “한화는 잠수함을 건조할 역량이 충분하며 최종 결정은 한국과 미국 양국 정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