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채시장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보다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단기물은 통화정책의 영향권 아래서 비교적 큰 변동폭을 보일 수 있어 단기 채권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누빈의 엔더스 페르손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줌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혔다. 페르손 CIO는 미국 관세정책과 관련해선 미국 기업이 현재까지는 약 50% 정도를 소비자에게 전가했다고 추정했다. 또한 미국 경제가 K자형 소비를 보이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카드 및 대출 연체율이 급등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국채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중앙은행(Fed) 간 갈등에도 안정적입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들어서 나온 여러 뉴스 흐름과 각종 이슈를 고려하면, 채권시장은 지금까지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시장이 일부 (언론의) 헤드라인이나 자극적인 발언 자체보다는, 실제로 무엇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단순한 사운드바이트(자극적인 말 한마디)와 실질적인 정책 변화 사이를 구분하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임 Fed 의장이 누가 되든 트럼프 행정부를 의식한 통화정책을 펼치지 않을까요.
“특히 Fed 의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어떤 경우에도 견제와 균형 장치가 작동하게 돼 있습니다. 시장은 이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견고하다고 보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향후 상황에 반응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Fed의 관계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인가요.
“시장이 더 우려할 만한 사안은 리사 쿡 Fed 이사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오느냐일 것입니다. 만약 대통령이 Fed 위원을 해임할 수 있다는 권한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면, 그때는 시장의 초점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미국 법무부(DOJ)가 파월 의장을 상대로 건물 관련 사안 등을 문제 삼아 조사하겠다는 발표도 있었지만, 이것 역시 실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시장은 당장은 과잉 반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시장이 상당히 인내심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장기금리는 어떤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앞으로 시장의 핵심 관점은 재정 측면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백악관은 금리 인하를 원하겠지만, Fed는 수익률 곡선의 단기물에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장기물은 현재 수준에 비교적 고정돼 있을 가능성이 크며, 재정적자와 정부 부채 전망이 핵심 변수입니다.
우리는 단기물 금리는 Fed의 금리 인하와 함께 하락할 수 있지만, 장기물 금리는 재정 전망에 묶여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0년물은 (비교적 안정적인) 범위 내 움직임을 보이고, 30년물은 재정적자 우려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봅니다.”
▶미국 국채 발행이 올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시장이 기간 프리미엄 급등 없이 이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현재로서는 시장이 이 정도 공급은 흡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향후 상황에 따라 공급 전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의 발언을 보면, 단기물과 장기물 발행을 균형 있게 조정하려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우려됐던 해외 중앙은행들의 국채 매입 중단 가능성도 실제로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장기물 금리가 높은 수준에 고정돼 있다는 점(채권 가격이 이미 많이 내려가 있다는 점)도 이런 수급 우려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계속 모니터링할 사안입니다.”
▶국채시장 변동성이 아주 커진다면, 수익률 곡선 중 어느 구간이 가장 취약할까요.
“2026년에도 변동성은 있겠지만, 지난 몇 년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올해 글로벌 투자 테마 중 하나는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각국 중앙은행 정책이 점점 더 엇갈리고 있습니다. Fed와 BOE는 금리 인하 국면에 있지만, ECB는 일시 정지 상태이고 일본은행은 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미 상당 부분 이를 가격에 반영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미국 국채도 박스권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장기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구간은 어디일까요.
“매력적인 구간은 여전히 단기물입니다. 우리는 장기 듀레이션을 적극적으로 가져가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기물은 Fed의 금리 인하 기대에 더 직접적으로 연동돼 있습니다. 변동성은 오히려 단기물에서 더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이런 기회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정지배가 통화정책의 효과를 약화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건 저희의 핵심 투자 테마 중 하나입니다. 재정정책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수익률 곡선 구조와 기간 프리미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시장은 이미 이를 상당 부분 반영했습니다. 반면 재정 이슈는 앞으로 더 중심이 될 것입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의 회사채가 미국 국채보다 낮은 금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기관투자가들이 미국 기업 채권을 미국 국채보다 더 안전한 피난처로 보기 시작한 걸까요?
“이런 현상은 신흥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나타났습니다. 매우 강한 기업이 해당 국가 국채보다 더 안정적으로 평가되는 경우죠. 미국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은 신용 펀더멘털이 매우 강하고, AI라는 구조적 성장 동력이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미국 국채의 신뢰가 훼손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두 시장은 수급 구조와 기술적 요인이 다릅니다.”
▶AI 기업들의 회사채 신용도와 리스크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채권시장은 이미 이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라클 같은 대형 발행 사례도 있었고, 일부 BBB 등급 채권은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됐습니다. 우리는 기업채권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인프라, ABS, 유틸리티 등 다양한 방식으로 AI 관련 투자 기회를 분산하고 있습니다. 과거 인터넷·통신 투자 사이클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관세 리스크가 올해도 이어질 경우 미국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관세는 두 가지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첫째, 기업이 관세 비용을 얼마나 소비자에게 전가하느냐입니다. 현재까지는 약 50% 정도가 전가됐다고 봅니다.
둘째는 대법원 판결입니다. 다만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행정부가 다른 수단으로 관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관세가 완전히 철회되고 대체 조치도 없다면, 성장률은 오르고 물가는 떨어질 수 있겠지만, 이는 기본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저소득층 연체율이 오르며 K자형 소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의 부채 상환 능력은 올해 하반기에도 유지될까요.
“(신용카드와 대출 등) 연체율은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안정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연체율) 급등을 예상하지 않습니다. 고용이 유지되고 금리가 내려가면 소비자는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국채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최근 한국 국채 금리 상승은 글로벌 금리 상승과 상대가치 조정의 영향이 큽니다. 이는 미국·유럽·일본과 같은 흐름입니다. 재정 우려도 일부 반영돼 있지만, 글로벌 요인이 더 큽니다.”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는 리스크와 올해 가장 큰 투자 기회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재정정책 리스크입니다. 시장은 여전히 통화정책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AI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실망스러운 실적이 나오면 주식뿐 아니라 크레딧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셋째는 사모 신용 등에서 언더라이팅 (대출 및 투자 심사) 기준이 느슨해질 가능성입니다. 이는 변동성과 동시에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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