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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에게 잘해라…특히 5년 선배" [더 머니이스트-이윤학의 일의 기술]

입력 2026-02-03 06:30   수정 2026-02-03 18:04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합니다. 최근 기후 변화로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봄가을이 짧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사계절이 있어 다양한 꽃과 나무를 볼 수 있어 좋습니다. 하지만 이 사계절 때문에 힘들고 귀찮은 일도 많이 생기지요.

그중의 하나가 한 계절이 지나면, 지난 계절 옷을 정리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처럼 이삿짐이 많은 나라는 드물 겁니다. 계절별로 옷과 이불이 달라야 하니, 장롱이니 옷장이니 수납공간도 커야 하지요. 아마도 이삿짐 크기는 세계 최강인 듯싶습니다.

최근 3년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평생 입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행도 지나지만, 체형도 달라져 나중에는 못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싸고 트렌디한 SPA(제조·직매입 의류) 제품들이 넘쳐나니 더욱 그렇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다시 보지 않은 책은 평생 다시 볼 가능성이 작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면서 고전이 아니라면 실용 전문 서적은 사실상 10년이 지나면 다시 볼 이유가 없지요.
"한 사람이 실질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최대치는 150명"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요? 최근 3년간 한 번도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과거의 인연으로 기억에 남은 분들이지만, 현실적으로 중요한 사람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 교수는 침팬지 등 영장류 집단에서나, 호주 원주민을 비롯한 원시 부족에서 무리를 이루는 평균 개체 수가 150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현대 사회에도 적용해 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잘 알고, 감정적으로 호감을 느끼며 실질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최대치는 150명이라는 '던바의 수(Dunbar’s number)'를 주장했습니다.

던바 교수는 150이라는 숫자에 대해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쳐, 초대받지 않은 자리에 동석해도 당혹하지 않을 정도의 사람 숫자"라고 표현했지요. 아무리 현대 사회의 사회적 교류 범위가 커지고 있다고 해도, 수천 명의 온라인 친구를 둬도 외로움을 느끼는 현실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입니다.

던바의 법칙을 제쳐두고 생각해도, 사회생활을 하며 실제로 나에게 도움을 주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늘 내가 탄 버스의 운전사나 사무실을 청소하시는 분처럼 간접적으로 나를 도와주는 분들을 제외하면 정말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습니다. 본인 실력으로만 회사 생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실력은 스스로 갈고닦으면 되지만, 외부적 환경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사인 것 같습니다. 특히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는 우리가 사회에서 만나는 외부 환경과의 첫 시험대이지요. 회사 선배는 학교 다닐 때의 밥 사주고 술 사주던 그런 선배가 아닙니다. 나에게 일을 가르쳐 주고, 길을 열어 주는 분들입니다. 게다가 나에 대해 평가할 권한도 있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5·10·15년 선배에게 잘해라"
그래서 선배들에게 잘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특히 5·10·15년 선배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 하필 5·10·15년 선배일까요? 연차가 지날수록 한 직급 차이의 선배는 언제든 경쟁 상대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추월할 수 있지요. 그래서 두 직급 이상 차이가 날 때, 선배는 편하게 애정을 갖고 후배를 가르치고, 후배는 존경심을 갖고 일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런 기준은 정해진 규칙이 아니라 제 경험칙이지만 사원, 대리, 과장을 겪어 본 분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겁니다.

또한 5·10·15년 선배들은 사실상 나의 생살여탈권을 쥔 존재입니다. 나의 승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요. 특히 5, 10년 선배들은 인사 평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실무 책임자들입니다. 의사 결정권자들은 그분들에게 나의 업무 성과나 근무 태도를 반드시 물어보게 됩니다. 결국 그분들의 판단에 의해 내 승진이 빨라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겠지요. 회사 내부뿐만이 아닙니다. 선배들은 회사 외부에서도 내 평판을 알아볼 때 가장 먼저 접촉하는 사람들입니다. 사실상 나를 보는 선배들의 시선이 사내 그리고 업계의 평판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조금 야박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나와 동년배이거나 경력이 1~2년 차이 나는 선배들은 내게 충분한 조언을 해줄 경험과 역량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피차 실력이 부족한데 무슨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런데도, 우리는 동년배 동료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합니다. 정서적으로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 고민을 주고받는, 함께 웃고 울어 줄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같이 배를 저어가는 동료들이라면, 5· 10·15년 선배는 항해하는 배의 항해사 같은 존재이지요.

신입 사원 기준으로, 우선 5년 선배는 대체로 두 직급 정도 차이가 납니다. 고참 대리급이지요. 신입으로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가장 잘 지도하고 솔루션을 줄 수 있는 분들입니다. 왜냐하면 불과 5년 전 자신들이 이미 겪은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경험에 근거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실감 나게 그리고 디테일하게 잘 알려줄 수 있는 분입니다.

반면 10년 선배는 고참 과장이거나 빠른 차장급이지요. 이분들은 업무적으로는 최고의 기량을 가진 분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사내에서 가장 바쁘고 업무 집중도가 높습니다. 실력이 좋을수록 과중한 업무에 힘들어하지만, 회사에선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허리를 담당하고 있지요.

15년 선배는 팀장 혹은 부장급으로, 나의 인사 고과는 물론 승진이나 성과급과 같은 경제적인 부분에 결정권을 쥔 무서운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경영진은 아니어도 일정 부분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지요. 사내의 웬만한 중요 회의는 모두 참여해, 회사의 정책이나 경영진의 전략적 방향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선배는 나에게 일을 알려 주고 길을 열어 주는 고마운 존재이자, 인사 고과 및 승진 등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무서운 존재입니다. 그럼 이들을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할까요? 그건 다음 편에서 찬찬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윤학 프리즘자산운용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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