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인 쿠팡이 2024년 한국에서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많은 9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미국으로 이전했다. 이런 방식으로 5년간 미국본사 쿠팡Inc 등 특수관계자에 지급한 비용 규모는 2조5000억원이 넘는다.
1일 연합뉴스가 쿠팡의 2024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쿠팡의 특수관계자 비용은 2020년 1503억4000만원에서 2024년 9390억4800만원으로 5년 만에 약 6배로 불어났다. 지난 5년간 지급한 특수관계자 비용만 2조5000억원이 넘는다. 쿠팡의 2024년 매출은 41조2901억원이다.
이 중 상품 매입이나 물류 운영비 등을 제외하고 약 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여기에 각종 세금과 비용을 제한 뒤 한국에 남은 순이익은 7849억원이었다. 미국본사 등 특수관계자에 지급한 비용이 순이익보다 1500억원 이상 많다.
쿠팡은 2024년 미국 본사 직속 자회사인 '쿠팡 글로벌 LLC'에 가장 많은 6195억원을 집행했다.쿠팡 글로벌 LLC는 해외 직구 사업을 담당하는 법인이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미국본사 쿠팡Inc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다. 감사보고서에는 포괄적인 항목만 제시될 뿐 실제 어떤 용역이나 사용료가 공정가격에 맞게 산정됐는지 여부도 확인하기 어렵다.
'한국이 현금 인출기'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쿠팡Inc 입장에선 한국 쿠팡의 자금을 이전받아 흑자가 생기더라도 과거 적자와 상계해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게 가능한 구조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지난 해 말부터 국세청은 쿠팡의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과 성과가 배당 대신 비용 형태로 미국 모회사 쿠팡Inc에 이전되는 데 대해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배당은 세금을 낸 뒤 남은 '이익'에서 배분하지만 경영자문료나 정보기술(IT) 수수료는 세금을 내기 전 '비용'으로 처리돼서다. 과세 회피성 자금 이전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국법인 쿠팡은 설립 이후 배당을 한 적이 없다. 2024년 기존의 누적 결손금을 모두 해소하고 잉여금을 쌓으면서 작년에 첫 배당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뤄지진 않았다.
다른 외국계 기업도 한국에서 발생한 이익을 본국으로 보낸다. 그러나 쿠팡과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구글이나 애플은 한국 매출의 상당 부분을 특허 로열티와 지식재산권(IP) 사용료 등의 명목이다. 쿠팡은 외부에서 산출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IT 시스템 유지보수와 경영 자문 용역비 등을 자금 이전 명목으로 삼았다. 글로벌 빅테크는 '기술력'을 담보로 수익을 챙기는 반면 쿠팡은 한국 소비자와 노동자들로부터 생긴 매출을 송금하는 셈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한국에 '서버와 같은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논리로 법인세 문제에 대응하지만, 쿠팡은 한국에 거대 물류센터가 있기 때문에 비용 지출을 극대화해 영업이익을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구글·애플은 미국 본사가 글로벌 확장 전략에 따라 한국에 지사를 세워 운영 중이다. 그러나 쿠팡은 매출의 90% 이상이 한국에서 나올 정도로 한국에서만 영업활동을 한다. 쿠팡을 거느린 미국법인 쿠팡Inc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는다. 또 쿠팡을 지배하는 구조만 갖추고 경영에 유리한 미국 델라웨어에 뒀다. 델라웨어는 법인세가 없고 기업에 유리한 법원을 운영해 전 세계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본사 등록지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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