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후 12시 서울 중구 명동. 캐리어를 끌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회색과 투명 외관의 건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건물 전면에 적힌 'MUSINSA(무신사)' 로고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뒤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잇따랐다. 길을 지나던 관광객들까지 발걸음을 돌려 이곳으로 향했다. 전날 문을 연 '무신사 스토어 명동' 앞 풍경이다.
매장에 들어서자 오른편에는 여성 고객층에서 인지도가 높은 '배드블러드' 팝업이 검정색 구조물로 시선을 끌었고, 왼편 벽면에는 아디다스부터 닥터마틴까지 신발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오픈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지만 1층 매장에는 20여 명의 방문객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무신사가 명동을 선택한 배경에는 외국인 관광객 동선의 변화가 있다. 회사에 따르면 앞서 운영 중인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의 지난해 거래액 가운데 약 55퍼센트가 외국인 고객 매출이었다. 한동안 침체됐던 명동 상권이 다시 관광 소비 중심지로 회복되고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코오롱스포츠 등 패션 브랜드들이 잇달아 명동에 매장을 여는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명동은 다시 '외국인 소비 실험장'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권 변화를 전제로 무신사는 기존 매장과 다른 성격의 공간을 설계했다. 스탠다드 명동점이 기본 아이템 위주의 단일 브랜드 매장이라면, 스토어 명동은 플랫폼이 선별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한 공간에 집약한 편집숍이다. 무신사는 이 매장을 'K-패션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으로 정의했다. 전체 입점 브랜드 110여 개 가운데 80퍼센트 이상이 국내 브랜드다. 온라인에서 분산 소비되던 K-패션을 물리적 공간에 모아 외국인 관광객이 한 번에 체험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상층으로 올라가면 신발을 모아놓은 '무신사 킥스' 앞에 남성 고객들이 몰려 있었다. 2층과 3층에는 2030 취향을 반영한 '영', 여성 고객을 겨냥한 '걸즈' 등 테마별 큐레이션 존이 이어진다. 매장 전반에서는 여성 고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2층에서 쇼핑을 하던 20대 중국인 관광객은 "브랜드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취향에 맞는 옷이 많다"며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여러 개를 고르게 된다"고 말했다.

입점 브랜드 구성이 특히 눈에 띈다. 미드나잇 무브, 애즈유아, 오버듀플레어, 투에투아 등 온라인 중심으로 전개해 온 브랜드들이 명동점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에 처음 입점했다. 여기에 나이스고스트클럽, 미세키서울, 배드블러드, 허그유어스킨 등 무신사 스토어에서 판매 성과가 검증된 브랜드들도 함께 배치됐다.
매장 곳곳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장치도 작동한다. 상품마다 부착된 QR 코드를 찍으면 회원 혜택가와 실시간 재고, 후기, 스타일링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정가 12만 9000원으로 표시된 집업 니트 후드티의 QR 코드를 찍자 할인된 가격과 함께 리뷰 수와 사이즈별 재고 현황이 바로 나타났다. 1층 매장 직원은 "가격을 묻지 않고 QR로 확인하는 손님이 많다"며 "외국인 고객들도 같은 방식으로 쇼핑한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올해 들어 '무신사 킥스 홍대'를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잠실점 무신사 스토어 등을 연달아 열었다. 무신사 스토어 명동은 이달 들어 다섯 번째 오프라인 매장이다. 온라인에서 확인된 수요를 오프라인 경험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무신사 스토어 명동은 판매 공간을 넘어 명동 상권과 결합한 거점으로 설계됐다. 명동 일대 식당과 카페를 연계한 제휴 프로모션을 통해 쇼핑 동선을 묶고 체류 시간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무신사는 이번 명동점 개점을 계기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명동 상권 내 식당과 카페, 바 등 8곳과 제휴한 '미식 결합 쇼핑'도 추진할 계획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 스토어 명동은 전 세계 관광객들이 'K-패션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핵심 매장이 될 것"이라며 "명동을 대표하는 패션 거점으로 키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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