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고기는 주로 예산이다. 수도 이전이나 신공항 건설 같은 대형 국책사업일 때도 있다. 이번에 일부 정치인은 반도체산업을 고기로 삼았다.고기를 한 지역에만 주면 다른 지역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자기 지역에도 고기를 달라는 요구가 터져 나온다. 그래서 정치인들끼리 거래가 이뤄진다. 당신이 우리 지역으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이전하는 법안에 찬성하면 나는 당신 지역구에 의대를 설립하는 법안에 찬성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행태를 ‘로그롤링(logrolling)’이라고 한다. 로그롤링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통나무(log)를 굴린다(rolling)는 뜻이지만, 공공선택론에서는 협동이라는 좋은 의미가 아니라 ‘정치적 야합’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전국 각지에 난립한 지방 공항은 포크배럴과 로그롤링이 결합한 전형적 사례다. 나눠먹기식으로 여기저기 공항을 짓는 바람에 안 그래도 승객이 별로 없는 지방 공항의 경영 효율성이 더 낮아졌다. 지방 공항 10곳 중 지난해 흑자를 낸 곳은 청주공항과 대구공항뿐이다.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쌓여 가는 것도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결과다. 민주주의 정치의 속성상 정부는 인기를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빚을 내고 돈을 푼다. 공공선택론 창시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은 정치인들이 유권자 표심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에서 만성적 재정적자는 필연이라며 이런 현상을 ‘적자 속의 민주주의(democracy in deficit)’라는 개념으로 분석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정부가 시장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치명적 자만’이라고 경고했다. 갭 투자를 규제한 정부 고위 당국자가 알고 보니 갭 투자로 고가 아파트를 매입했고, 집값을 잡겠다며 대출을 규제한 여당 국회의원들이 서울 강남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등 정치인과 공무원이 순수하게 공익에 복무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시장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부는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공공선택론이 주는 교훈이다.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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