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배터리 산업 전반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완성차 판매 둔화가 배터리 출하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단순 제조·판매 중심 구조를 넘어 ‘배터리 서비스(BaaS·Battery as a Service)’ 같은 후방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13% 성장하는 동안, BaaS 시장은 21%의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2023년 203억달러던 BaaS 시장이 2030년이면 5300억달러(약 773조원)까지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배터리를 제조·판매 재화가 아닌 금융·회수·재사용·재자원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BaaS의 핵심은 배터리 소유권을 차량과 분리하는 것이다. 배터리를 제조사나 플랫폼 사업자가 소유하고, 소비자는 구독·리스 방식으로 이용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전기차 원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해외에선 배터리 소유권 분리를 전제로 한 서비스 실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를 다른 배터리로 바꿔 쓰는 배터리 교환(스와핑) 모델이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니오(NIO)는 차량과 배터리를 분리 판매하는 구독 모델과 함께 대규모 교환소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자체 배터리 교환 브랜드 이보고(EVOGO)를 출범했다.
배터리 소유권 분리는 전기차 판매 이후의 후방시장(애프터마켓)을 여는 핵심 조건으로도 꼽힌다. 배터리 식별번호(ID)를 자동차 등록원부에 기재해 교체·운행 이력을 추적할 수 있게 되면, 배터리는 단순 부품이 아니라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이력 데이터가 배터리 잔존가치 평가와 중고 전기차 거래, 보험·금융 상품 설계의 기초 정보로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용 후 배터리 회수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재사용, 핵심광물 재자원화 사업 활성화의 기반이 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피엠그로우, 현대차그룹에서 분할 설립된 피트인 등 BaaS 기업들이 있다. 피트인은 배터리 교체·구독 인프라형 사업을, 피엠그로우는 배터리 팩 개발과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배터리 상태를 진단·평가하는 데이터 기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는 "다만 현행 제도상 배터리 소유권이 차량 소유자에게 귀속돼 있어 차주 동의에 기반한 데이터 위탁·관리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서비스가 국내에서 본격 확산되기 위해서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통한 소유권 분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미국에서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 이볼브(Evolve+)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기아차와 추진하려던 구독 서비스 시범 사업이 법적 제약으로 인해 중단됐다.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배터리 평가 서비스 비온스를 출시했지만 배터리 소유권과 이력 관리가 제도적으로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금융·유통·재사용 서비스로의 확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