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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데"…10년째 못 가는 개성공단

입력 2026-02-10 15:06   수정 2026-02-10 15:08


“공단 폐쇄 후 1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단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입니다.”(조경주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개성공단기업협회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 10주년을 맞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공단에 가고 싶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개성공단과 가장 가까운 우리 측 지역인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게이트 앞에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조경주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을 비롯해 협회 소속 기업인과 임직원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 기업인들은 개성공단 중단 이후 지난 10년간 생존과 재기를 위해 고군분투해 온 현실과 그 과정에서 상당수 기업이 휴·폐업에 내몰린 안타까운 상황을 증언했다. 개성공단에 남겨둔 ‘자식 같은’ 공장과 설비, 그리고 함께 생산 활동을 했던 북측 근로자들에 대한 그리움을 회상했다.

조 회장은 “2016년 2월 10일,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공장을 하루아침에 빼앗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극심한 경영난에 내몰렸다”며 “현재 30%가 넘는 기업이 이미 휴·폐업 상태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청춘을 바친 재산 대부분이 아직 남아 있는데 정부의 정책 결정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정당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10년간 많은 기업인이 방북 승인을 요청했지만 한 번도 못 이뤄졌는데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는 “현대아산의 창고를 빌려 2007년 2월 입주한 지 어느덧 9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우릴 맞이해주던 200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눈에 선하다”며 “2016년 중단 이후 수십억원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다시 공단에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입주 기업인들은 개성공단 방문을 위해 우리 정부와 북측 당국, 미국에 협조를 요청했다. 유동옥 대화연료펌프 회장은 “우리 회사는 개성공단까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데도 10년 동안 못 가고 있다”며 “남북 당국자가 (공단 재개를 위한)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21세기 들어 최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남북 간 통신선 단절과 최악의 남북 관계 속에서도 개성공단 기업들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우리 정부와 북한 측, 미국 정부에 세 가지 사항을 요청했다.

먼저 우리 정부에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실질적인 생존 대책 마련을, 북한 측에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공단 방문 승인을, 미국에는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을 위한 개성공단 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진전되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참석한 김진향 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이재명 정부가 ‘평화공존’을 바탕으로 남북이 함께 번영하는 ‘남북공동 성장’을 핵심 대북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가 남북 경협을 통해 개성이 열릴 수 있다는 확신만 주더라도 우리는 버틸 수 있다. 남북 평화와 번영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꼭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파주=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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