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호출 플랫폼 '타다' 운전기사들에게 14억원 규모의 휴업수당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을 놓고, 계약 형식보다 실질을 앞세워 사용자성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조용래)는 지난 5일 타다 운전기사 24명이 운영사 쏘카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는데, 계약 당사자가 아닌 최상위 기업을 사용자로 지목한 판단 방식이 배달·대리운전 등 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업무내용은 기본적으로 타다 운영자가 앱을 통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정해졌고, 원고들이 틀을 벗어나 업무 내용을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며 "노무 제공 과정에서 업무수행방식·근태관리·복장·고객응대·근무실적 평가 등 업무관련사항 대부분에 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서 법조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사용자 지정' 방식이다. 타다 기사들은 실제로 운전 용역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했고, 형식상 사용자는 해당 협력업체다. 그러나 재판부는 중간 단계를 건너뛰어 타다 플랫폼을 운영한 자회사 VCNC의 모회사인 쏘카를 최종 사용자로 지목했다. 서비스의 손익 주체이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 주체라는 이유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계약 관계나 당사자 구조보다 실질을 앞세워 법원이 사용자를 지정하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계약을 아무리 명확히 설계해도 법적 리스크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이번 판결의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파급 효과도 만만치 않다. 쿠팡이츠·배민커넥트 등 배달 플랫폼처럼 중간 대행사나 협력업체를 활용해 기사를 간접 고용하는 방식은 플랫폼 업계의 일반적 구조다. 이번 판결 논리가 확산될 경우, 플랫폼 원청 기업들이 프리랜서 기사들에 대한 휴업수당·해고 제한·직장 내 괴롭힘 등 노동관계법 전반의 책임 주체로 소환될 가능성이 열린다.
타다드라이버 비대위는 "이번 판결은 이익은 취하고 책임은 버리는 플랫폼 기업의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며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도 노동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함을 분명히 한 계기"라고 밝혔다. 반면 모빌리티 플랫폼 측은 "서비스 중단은 법안 통과에 따른 불가항력적 조치였기에 부당해고로 보는 것은 법리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상소를 통해 대법원에서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입법적 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앞서 서울고법은 2023년 타다 운전기사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지위를 인정했고, 대법원도 2024년 7월 쏘카가 타다 운전기사의 '실질적 사용자'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처럼 원청의 책임 범위를 실질 중심으로 확대하는 흐름이 입법과 사법 양 방향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판결이 누적되기 전에 플랫폼 노동 관계를 명확히 규율할 입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란/고은이/정희원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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