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처럼 자산 배분…주식은 30%가 적정”

입력 2026-03-13 06:00   수정 2026-04-02 16:59

[‘부의 설계자’ 패밀리오피스 빅6] 하나은행



자산가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과거 은행권 패밀리오피스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자산가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안전자산인 채권에 쏠려 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특히 금리인상기와 경기 불확실성을 겪으면서 현금과 단기채권에 자금이 쏠리는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증시가 호황을 맞으면서, 국내 투자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분위기가 됐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센터는 ‘유동성’이라는 키워드를 올해 자산관리 시장의 핵심으로 짚었다. 지난 2월 10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센터에서 만난 이환주 하나은행 WM본 패밀리오피스센터장은 “시장의 유동성이 여전히 넘쳐나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광의통화(M2) 증가율이 미국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반도체, 휴머노이드 등이 실적과 꿈을 동시에 보여주며 코스피 시장이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가들이 선호했던 미국 장기채권은 지난 5년을 통틀어 가장 안 좋은 선택이 돼 버렸다. 미국 장기채권을 긴 시간 보유했음에도 지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하자, 차라리 채권 비중을 줄이고 다른 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해 복구하는 쪽을 택하겠다는 자산가가 많아졌다. 이 센터장은 “아무래도 채권은 주식과 같이 손실이 30~40%씩 나는 자산은 아니다. 통상 10~15% 내외의 손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이런 손실을 유지하기보다는 차라리 국내 주식 등으로 투자자금을 옮겨 빠르게 수익을 올리자는 경향이 최근 3~4개월 동안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투자 모델의 정석, ‘국민연금 식’ 자산 배분

그렇다면 달라진 시장 환경 속에서 국내외 투자 비중은 어떤 방식으로 조정해야 할까.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센터는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방식을 벤치마크한다. 2023년 이후 안정적인 운용을 하고 있는 기관이 바로 국민연금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최근 몇 년간 세계 연기금 중 수익률 1위를 달성했을 정도로 검증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 자산 40%, 글로벌 자산 60%의 비중으로 운용한다.

다만 자산가들이 국민연금과 동일한 형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경우에 따라 손실이 10% 이상 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주식의 비중을 50%로 설정하고 있는데, 보수적인 투자 성향이 짙은 자산가 입장에서는 꽤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자산가들은 부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되도록 손실이 나서는 안 된다. 따라서 주식 비중을 그보다는 낮은 30% 내외 정도로 제안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센터장은 국내 주식 중에서도 특히 로봇과 코스닥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코스피의 기업 이익이 2월 현재 기준으로 60%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반도체가 존재한다. 이 센터장은 “인공지능(AI)의 수익성 우려와 관련해 노이즈가 낀 가운데, 앞으로도 빅테크들은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그런 와중에 큰 수혜를 보는 업계가 하나 있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가 좋은 상황을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구조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호기를 만났다는 게 이 센터장의 판단이다. 더불어 시장이 초입에 들어선 휴머노이드, 즉 현대자동차그룹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을 종목 중 하나다.

다만 반도체가 이끄는 코스피 시장이 이미 큰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에, 앞으로는 코스닥으로 초점이 옮겨질 가능성도 높다.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기관의 벤치마크에 코스닥 지수가 반영되면 자연스럽게 수급이 늘어나 업사이드(상승)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코스닥 업종별로는 조금 막막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수급 환경이 매우 견고하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과거에는 하나금융그룹 내 네트워크를 활용한 비상장 기업 투자에 관심을 갖는 자산가들이 다수 존재했다. 현재도 증권사를 통해 비상장 주식 투자를 연결하고 있지만, 비상장 기업의 실적이 오랜 기간 좋지 않아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 같은 케이스가 아니라면 과거에 비해 수요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 센터장은 “지금은 이미 상장돼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좋다 보니 비상장 기업 투자가 아주 활발한 트렌드는 아니다”라고 했다.

대체투자 자산 중에서는 ‘금’에 대한 주목도가 가장 높다. 미국이 ‘동맹국 괴롭히기’ 전략으로 달러 자산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자, 금을 향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더욱 쏠리는 추세다. 이 센터장은 “주요국들이 미국의 채권을 매수해주기보다는 금 매수를 확대하는 환경이 됐다”면서 “금 가격 상승의 기조는 적어도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패밀리오피스 고객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보다도 부의 이전이다. 특히 5~6년 사이에 부동산 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상속·증여의 전략도 다소 달라졌다. 기업 매각이나 투자 등으로 큰 자금을 확보한 자산가 가문은 그동안 미뤄 뒀던 사전증여를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추세다.

이 센터장은 “5~6년 전만 해도 증여재산 공제액인 5000만 원까지 증여하는 추세였다면, 이제는 그 정도 금액으로는 자녀 명의의 부동산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커졌다”면서 “지금은 최소 5억 원에서 10억 원씩 적극적으로 증여하는 양상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증여를 통해 상속 시점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자녀를 주주로 참여시켜 가족법인을 만들고, 금융자산 및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자산을 운용한 뒤 배당이나 급여 등의 방식으로 단계적인 자산 이전 전략을 준비하는 가문도 많다. 단, 가족법인은 자칫하면 세무 리스크가 크게 번질 수 있어 설립 단계부터 꼼꼼히 준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사업을 하는 가문은 요건만 갖추면 가업승계 증여특례 및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상속·증여세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다만 준비할 게 많다. 상속 전 지켜야 할 요건이 적지 않고, 상속이 개시된 후 5년 동안 지켜야 하는 사후관리 요건도 존재한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가업승계가 가능한 자산인지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센터장은 “요즘은 가업승계 주식를 받느냐 마느냐를 결정하기에 앞서, 각종 요건을 미리 점검하고 승계 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더 많이 집중한다”고 했다.

시장 예측보다 하락 시 더 살 자산에 투자하라

아울러 이 센터장은 올해 글로벌 유동성이 여전히 확대되고 있고, 한국과 미국 기업의 이익이 동반 증가하고 있어 시장 상황은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고려해야 할 큰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이 센터장은 두 가지 리스크를 꼽았다. 우선 미국의 주식 공급 확대다. 오픈AI, 엔트로픽,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 주식의 공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급 증대가 오히려 미국 증시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또 하나의 리스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의장 교체다. 그에 따른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리스크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센터가 강조하는 자산관리 원칙은 무엇일까. 이 센터장은 “금융의 전문성을 키우는 방법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자산관리의 방법론에는 정답이 없는 만큼, 자신의 투자 성향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이 센터장은 언제나 위기를 점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분산투자 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시장의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보다는 하락했을 때에도 더 살 수 있는 자산에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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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솔루션 체계로 복잡한 니즈 해결한다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센터




하나은행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시간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해 온 은행이다. 긴 세월 쌓은 PB 노하우를 바탕으로 탄탄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구축했다.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센터는 100억 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초고액자산가 가문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2022년 11월 출범했다. 금융 상품 컨설팅을 넘어 세무, 투자, 상속·증여, 신탁 등 가문별로 다양하고 복잡한 니즈에 대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센터는 하나금융그룹의 ‘원솔루션’ 체계를 바탕으로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까지 그룹 차원에서의 솔루션 제공도 가능하다. 은행 내 인력만으로는 소화하기 힘든 대체투자, IPO, 기업 인수합병(M&A) 등의 영역도 그룹 내 계열사 지원을 받아 종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기예금, 채권 등의 기본적인 금융 상품 거래 외에도 글로벌 투자, 절세 전략, 부동산·신탁 설계까지 도맡아 안정적인 자산 운용과 체계적인 승계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패밀리오피스 고객이라면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전용 프라이빗 공간을 통해 미팅, 모임, 세미나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아트 갤러리, 살롱다트, 다이닝 라운지 등 프라이빗한 공간을 통해 자산관리 상담을 넘어 예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차별화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센터가 제공하는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미래리더스’가 꼽힌다. 미래리더스는 자녀 교육 1대1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연령대와 개인 상황에 맞는 맞춤형 과외를 제공해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가 1대1 과외처럼 고객 한 명을 맡아 장기 교육을 해주는 이 같은 서비스는 금융권 패밀리오피스센터 중에서도 흔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1대1 교육을 받은 자녀들을 중심으로 하나금융그룹의 미니(mini)-MBA 과정인 ‘패밀리오피스 리더스’ 커뮤니티 프로그램에도 참여가 가능하다. 자산가 가문의 2·3세와 젊은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육·네트워킹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6월 1기를 출범한 바 있다. 이 센터장은 “참가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1기에 이어 2기를 지난해 9월에 진행했고, 두 기수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1·2기를 함께 초청하는 세미나를 열어 기수 간 통합 네트워크를 넓히는 프로그램도 병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영남권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을 추진해 전국적인 네트워크망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과거에는 패밀리오피스의 역할이 자산관리와 맞춤형 투자 솔루션과 같은 재무 서비스에 그쳤다면, 요즘은 가문 전체를 관리하는 통합 서비스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가업승계, 세무, 법률, 부동산 같은 기본적인 비재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급변하는 시장과 산업의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 자녀 교육, 신탁, 네트워킹·커뮤니티에 대한 니즈가 확실히 커졌다고 이 센터장은 분석했다. 결국 패밀리오피스는 단순한 자산 운용을 넘어 ‘가문이 원하는 삶의 방식’까지 포함한 설계도를 제공하고, 끝까지 동행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센터는 자산가의 생애주기마다 달라지는 고민을 필요한 시점에 맞춰 해결하는 ‘든든한 지원군’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자산 운용뿐만 아니라 가업승계, 세무, 신탁 같은 핵심 영역을 더욱 촘촘히 고도화할 방침이다. 또 교육, 네트워크, 문화예술과 같은 비재무 서비스도 계속해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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