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1000억달러(약 145조원)를 넘을 것이란 시장의 전망이 나오지만, (반대로) 1000억달러 손실이 될 수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트랜스퍼시픽다이얼로그(TPD) 연설에서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어 시장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AI 시대를 맞아 연간 사업 계획의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시장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뉴노멀 시대를 지나면서 늘 생존을 생각한다”며 “거센 움직임의 시기에는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니라 가장 잘 적응하는 존재가 살아남는다”고 했다.
최 회장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반도체로 D램을 8~12개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사례를 들며 “AI 시대 시장 왜곡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모리 공급사들이 고부가가치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PC·스마트폰용 범용 D램 품귀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최근엔 범용 D램 이익률이 HBM을 넘어서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회사에 큰돈을 벌어다 주는 HBM의 이익률은 60% 이상이지만, 범용 D램의 이익률은 80%”라며 “HBM 대신 일반 칩을 파는 게 더 이익이 되는 하나의 왜곡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비(非) AI 분야에서 (칩이 부족해) PC,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예전만큼 기기를 못 만들고 있다”며 “세계 산업 구조를 완전히 다르게 바꾼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에서 엔비디아,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를 잇따라 만난 것도 “메모리 반도체를 못 줘서 미안하다고 먼저 인사를 하러 간 것”이라고 했다.
변동성이 큰 AI 시대엔 ‘통합 솔루션’을 갖춘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돈과 자원을 가진 이들이 AI 솔루션을 손에 넣고 AI 경쟁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며 “필연적으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SK는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함께 짓는 새로운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력 수요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재난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는 또 하나의 큰 문제이자, 사회 전체의 큰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 인프라 구축 비용과 지정학적 관계를 도전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 데 거의 500억달러(약 72조5000억원)가 들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을 제외하고 미국 데이터센터 인프라에만 5조달러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해법을 갖고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표했다.
미국 행정부의 전기차 지원 중단 등으로 배터리 업황이 안 좋아진 것에 대해 “좋아진 상황도 있다”며 “AI로 전기에 문제가 상당히 많아져 이제 전기차 배터리 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수요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린 데 대해선 “판결문을 보고 나중에 한 번 말씀드릴 수 있는지 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황정수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hj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