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바이오 기업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기술수출 1000억달러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바이오 기업 기술수출의 열 배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 정부의 임상시험 제도 선진화, 해외에서 유학한 고급 바이오 인력의 리쇼어링(자국 복귀) 등이 맞물려 돌아간 결과다.
22일 중국 시장조사업체 파마DJ에 따르면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금액(선급금과 단계적 수수료 합계)은 지난해 1467억8400만달러(약 214조3100억원)를 기록했다. 직전 해 461억5500만달러에서 1년 만에 약 세 배로 늘었다.국내 기업과의 기술수출 금액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금액은 2021년 109억8962만달러로 같은 기간 중국(294억6500만달러)의 37.3%였다. 지난해에는 150억3362만달러로 10.2%에 불과했다.
중국 항서제약은 지난해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12개 신약후보 물질에 대해 최대 125억달러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3S바이오는 미국 화이자에 60억5000만달러 규모로 항암제 기술을 이전했다.
올해 들어서도 대규모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CSPC제약은 지난달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에 최대 185억달러 규모 비만·당뇨병 치료제 기술을 수출했다.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중국 정부가 신약 허가 기준을 완화하고 임상 제도를 선진화하는 등 수년 전부터 다양한 바이오 지원책을 추진한 결과”라고 말했다.
"글로벌 신약 후보물질 30% 차지"…中 바이오, 미국도 추월했다
“임상시험과 바이오 투자가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중국 바이오 기업이 무서운 속도로 기술력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과거 중국은 검증된 기존 작용기전을 적용한 치료제 개발에 집중했다”며 “현재는 독자적인 표적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해외에서 교육받고 경험을 쌓은 바이오 인재의 리쇼어링(국내 복귀)도 중국 바이오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중국이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면서 미국 등지에 있던 중국 바이오 인력이 고국으로 돌아오는 추세다. 글로벌 헤드헌팅 플랫폼 링크트인이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귀국 중국 유학생(박사학위 소지자)의 선호 산업으로 생명공학·제약·헬스케어가 3위에 올랐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 귀국한 중국인 인재는 49만5000명에 달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혁신성장리서치팀장은 “중국 내 임상 비용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라며 “여기에 글로벌 제약사 근무 경험 등이 있는 인재가 많아져 데이터의 신뢰성이 높아진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중국 바이오 기업의 개별 기술이전 규모(선급금과 단계적 수수료 합계) 역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 규모는 2021년 1억7400만달러(약 2500억원)에서 지난해 8억4800만달러로 커졌다. 2021년에는 한국 바이오 기업 평균 기술이전 규모의 49.1%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90.3%로 확대돼 격차가 좁혀졌다.
글로벌 빅파마가 중국 파이프라인을 공급망처럼 여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맥쿼리캐피탈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에서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자사의 연구개발(R&D)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에서 2024년 발표된 AI 신약 개발 논문은 2486건으로 같은 기간 미국(1888건)보다 많았다. 이 수치는 2022년까지는 미국(1236건)이 중국(1163건)보다 많았으나 2023년 중국(1562건)이 미국(1476건)을 역전했고 격차는 이듬해 더 벌어졌다.
미국 머크(MSD)의 마크 혼 중국지사장은 “올해 중국은 AI로 설계한 신약을 승인하는 최초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병훈/오현아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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