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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러시아 제칠 수도"…중국 '비밀 핵실험' 정황 포착 [강경주의 테크X]

입력 2026-02-23 11:04   수정 2026-02-23 11:19


중국이 차세대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며 미국과 러시아도 보유하지 못한 기술적 역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 정보당국이 중국이 비밀 핵실험을 통해 다탄두(MIRV·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와 저위력 전술핵 등 핵전력 현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한 내용이 보도되면서다. 중국의 핵 능력 고도화가 미·중 패권 경쟁과 동북아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NN은 21일(현지시간) 복수의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차세대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 미국과 러시아도 보유하지 못한 핵 역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정보기관은 중국은 2020년 6월 신장 위구르 자치구 롭누르(Lop Nur) 핵실험장에서 비밀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판단했다.

1996년부터 자체적인 핵실험 유예 방침을 유지해온 중국이 이를 어기고 폭발 실험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여 미 국무부 군비통제·비확산국 차관보는 당시 탐지된 폭발 규모가 2.75라고 밝혔다. 그는 "추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광산 발파나 자연지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며 "핵폭발 실험에서 나타나는 양상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미 당국은 이 실험의 목적이 중국의 핵전력 현대화에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하나의 미사일에 다수의 소형 핵탄두를 탑재하는 다탄두(MIRV) 기술이 대표적이다. 다탄두 핵미사일은 한 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여러 개의 소형 핵탄두를 실어 발사한 뒤, 각 탄두가 대기권 재진입 단계에서 서로 다른 목표로 분리·타격되는 체계를 말한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단순한 공격력 증가가 아니라 미사일 방어체계(MD)를 구조적으로 무력화하는 능력에 있다. 요격체계는 통상 한 발의 미사일에 하나의 요격탄을 대응시키는 구조다. 하지만 MIRV는 한 발로 다수의 탄두와 미사일이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실제 핵탄두와 함께 방출돼 레이더·적외선 센서를 속이고 요격체계를 혼란시키기 위한 가짜 목표물인 기만체(디코이)를 동시 투하함으로써 요격 비용을 끌어올리고 방어 성공 확률을 대폭 낮춘다.

이 때문에 MIRV는 핵보유국의 확증파괴(MAD) 능력을 끌어올리는 전략 자산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냉전기에 미국과 러시아는 MIRV 경쟁이 전략적 불안정을 키운다고 판단해 군축 협상에서 이를 제한해 왔지만 최근 군사 전략 환경 변화 속에서 MIRV의 유효성이 다시 부각되는 추세다. 방산테크 업계 관계자는 "MIRV는 단순한 핵탄두 수 증가가 아니라 방어를 압도하는 구조적 우위를 통해 억제의 계산법 자체를 바꾼다"며 "이는 미사일 방어 투자, 확장억제 신뢰성, 지역 안보 역학 전반에 중대한 파급효과를 갖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자국 인근 표적을 겨냥하는 저위력 전술핵무기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저위력 전술핵은 중국이 지금까지 보유한 적 없는 유형으로, 대만 사태 발생 시 미국과 서방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위력 전술핵은 폭발력이 수 kt(킬로톤) 이하로 제한된 핵무기를 전장 운용에 맞게 설계한 핵전력이다. 대도시 파괴를 전제로 한 전략핵과 달리 국지전·전술 상황에서 '제한적 핵 대응' 옵션을 제공한다.

핵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되 전면 핵전쟁으로의 비화를 막겠다는 카드로 쓰인다. 상대가 재래식 전력이나 제한적 핵 사용을 감행할 경우, 전면 핵전쟁으로의 비화 없이 비대칭적·선별적 대응 수단을 제공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은 핵억제의 신뢰성을 보완한다는 명분으로 저위력 옵션을 운용하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전술핵을 분쟁 관리 수단으로 중시해 왔다. 미 국방정보국(DIA)도 2024년 보고서에서 "중국은 역사상 가장 빠르고 야심찬 핵전력 현대화를 추진 중"이라며 "미국과의 지속적 전략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목표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핵 군축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는 "중국은 총 45회에 불과한 핵실험으로 축적된 데이터가 제한적이어서 기술 완성도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2024년 말 기준 600여 기로, 각각 5000여 기를 보유한 미국·러시아에 크게 못 미친다.

중국은 핵실험설을 전면 부인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핵패권을 추구하고 핵군축 의무를 회피하려는 (미국의) 정치적 조작이는 입장이다. 그는 "중국이 핵실험을 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중국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권위를 수호하고 핵군축 체제를 지키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6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CTBT 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한다.

이번 정보 공개의 배경에도 시선이 쏠린다. 탈냉전 시대 핵 군축의 상징이던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만료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포함하는 새로운 3자 군축 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핵 역량이 미·러와 같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CNN은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달 31일 방중을 앞두고 중국의 핵실험 관련 정보를 공개한 데 대해 "중국을 핵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압박수단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알렉스 그레이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군축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새로운 위협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군축 틀에 맹목적으로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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