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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군 투입 부담 느낀 美…쿠르드족 끌어들여 '대리전' 나서나

입력 2026-03-05 17:43   수정 2026-03-05 19:47

이라크에 있는 친미 성향 쿠르드족이 이란 공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 쿠르드족이 가세해 지상전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이라크 등의 쿠르드족 단체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라크에 있는 친미 성향 쿠르드족이 이란으로 진입하기 위해 무장 부대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날 미국 행정부가 이란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르드족은 이란 정부와 갈등을 빚어 왔으며 자체 민병대를 운영하고 있다. 지상전 투입에 부담을 느끼는 미국이 이들을 이용해 ‘대리 지상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폭스뉴스는 쿠르드족 전투원 수천 명이 이라크에서 이란으로 건너가 지상 공격 작전을 시작했다고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반면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는 CNN에 “우리는 서부 이란에서 활동하는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다”며 “민병대가 이란 일부 지역을 장악해 정권에 도전하도록 해 더 광범위한 봉기를 유도하는 것이 지원 목표”라고 말했다.
'친미' 쿠르드 민병대 진격 대기…이란 지상전 임박
직접 지상군 파병 땐 리스크 커…反이란세력 활용 '이이제이' 구상
쿠르드족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서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 오랜 갈등 관계이면서 독립 성향이 강한 쿠르드족 민병대를 끌어들일 조짐을 보이면서다. 직접 지상군을 파병했을 때 보게 될 손실과 내부 비판을 고려해 쿠르드족을 통해 ‘대리 지상전’을 치르겠다는 일종의 ‘이이제이’ 전략이다.
◇ 쿠르드족 “이란 접경에서 대기”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구역인 쿠르디스탄에 기반을 둔 쿠르디스탄자유당(PAK) 소속 칼릴 나디리는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미국이 우리에게 지원을 요청했다”며 이 단체 병력 일부가 술라이마니야주 이란 접경지역으로 이동한 뒤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쿠르드족 지도부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지상 작전 투입 여부에 관한 보도는 엇갈리고 있다. 폭스뉴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쿠르드족 전투원 수천 명이 이란으로 건너가 지상 공격 작전을 개시했다고 전했다. 예루살렘포스트도 수백 명이 이란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레빗 대변인은 “지상전 투입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아지즈 아흐마드 쿠르디스탄 총리실 부비서실장은 “국경을 넘은 이라크 쿠르드족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AP통신, 액시오스 등도 이들이 아직 이란에 투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쿠르드족 민병대가 이란 내 전투 활동을 시작하면 이란 정권이 군과 보안부대 자원을 분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피터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목표는 특정 세력 지원이 아니다”고 말했지만 “다른 주체들이 무엇을 하는지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주체’는 쿠르드족 접촉을 맡고 있는 미국 중앙정보부(CIA)를 뜻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CNN은 CIA가 이란 반정부 집단 및 이라크 내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쿠르디스탄 내 쿠르드 집단의 본부를 미사일 세 발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미국이 쿠르드족과 손잡고 이란을 겨냥한 지상 공격 작전을 개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이뤄졌다. 선제 타격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란 국영 타스님통신은 이란혁명수비대와 이란 보안부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쿠르드 세력의 이란 내 활동 보도는 심리전을 위한 허위 정보라고 주장했다.
◇ 배신의 역사 잊고 협력할까
쿠르드족은 이란계 산악 민족이다. 오스만제국이 해체된 후 독립 국가를 구성하지 못하고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에 흩어져 있다. 총인구는 3000만~4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쿠르드족은 독립된 국가는 아니지만 민족 정체성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각 지역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사례가 많다. 특히 이라크 내 자치지역 쿠르디스탄에 수천 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종교적으로 수니파가 다수인 쿠르드족은 시아파인 이란과 갈등 관계다. 미국과는 협력했다가 배신당하기를 반복한 역사가 있다. 미국은 1970년대 이라크 내 쿠르드족 반군을 지원했으나 막상 이라크와 이란이 협정을 맺는 목표를 달성하자 쿠르드족 지원을 끊어 수천 명이 이라크군에 학살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도 이슬람국가(IS) 세력 격퇴를 위해 쿠르드족 민병대를 활용하다가 종국엔 튀르키예의 쿠르드족 침공을 허용했다. 2기 정부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흐마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과 만난 뒤 시리아 정부군의 쿠르드족 공격을 사실상 묵인했다.

그럼에도 자치권 확보를 원하는 쿠르드족은 일단 미국과 손을 잡기로 한 모양새다. 이들의 실제 역할이 어느 수위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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