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TS가 미국에서 성과를 낸 첫 K팝 스타는 아니다. 2009년 원더걸스가 미국 방송사를 돌며 고군분투했고, 2012년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말춤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 뒤 이렇다 할 세계적인 K팝 스타가 나오지 않았다. BTS는 2017년 빌보드 핫100에 ‘DNA’를 처음 올리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이어 ‘MIC 드롭’이라는 곡을 같은 해 빌보드에 또 올려놓더니 2018년엔 세 곡을 진입시켰다. 급기야 2020년 곡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핫100 정상에 등극했다. 한국 음악사 최초다.

BTS는 ‘새비지 러브’ ‘라이프 고즈 온’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마이 유니버스’ 등 모두 6곡을 빌보드 1위에 올려놨다. 멤버 지민과 정국이 따로 부른 곡을 포함하면 8곡이 정상을 차지했다. 영국 무명 작곡가이던 데이비드 스튜어트는 BTS 곡 ‘다이너마이트’를 작곡해 돈방석에 앉았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정상급 작곡가는 미국 팝스타에게 먼저 곡을 주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은 앞다퉈 아껴둔 작품을 BTS에 주려고 한다. BTS 앨범에 실리면 ‘대박’이라는 게 검증되면서다. 선배 격인 미국 팝스타 그룹 ‘원리퍼블릭’의 리더 라이언 테더도 지난달 23일 내한 공연 중 “새 BTS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세계에서 통하는 K팝의 면면도 다양해졌다. 2022년엔 빌보드 핫100에 이름을 올린 아티스트가 BTS, 싸이, 블랙핑크 등 세 팀에 불과했다. 모두 13곡이었는데 이 중 10곡이 BTS 노래다. 지난해엔 K팝 30곡이 이 차트에 들었다. 블랙핑크, BTS, 캣츠아이, 에이티즈,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등 여섯 팀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도 빌보드 핫100에서 성과를 냈다. 기존 팝 문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룹 단위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팬들과 SNS로 친밀하게 소통하는 BTS의 성공 문법을 벤치마킹한 세대들이 활약하며 K팝 생태계는 더 풍성해졌다.
기획사들의 사업 구조는 치밀해졌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K팝 기획사는 대형 아이돌의 컴백 여부에 따라 매출이 널뛰는 구조였다. BTS 소속사인 하이브는 이 그룹의 완전체 활동이 없었음에도 지난해 매출 2조6499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독립적으로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다중 레이블 시스템을 도입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게 주효했다. 스튜디오를 다수 거느려 여러 게임을 한꺼번에 개발하는 게임사의 사업 구조와 비슷한 방식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도 여러 아티스트를 동시에 육성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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