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부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전면 시행됐다. CBAM은 EU 탄소배출권(EUA)과 한국 탄소배출권(KAU) 가격 차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곱해 수입업자가 CBAM 인증서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다.
CBAM 본격 시행은 배출권 수요의 구조적 상승 요인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유럽의 산업 경쟁력 우려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제도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2026년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 등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탄소 가격이 높아 산업 경쟁력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럽만 탄소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에너지 가격 급등을 경험한 바 있다. 영국 비영리 싱크탱크인 카본 트레커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일부 유럽 국가들이 탄소 제도 완화를 위해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6년엔 기대와 달리 EU 탄소배출권 가격이 부진한 반면 한국 탄소배출권 가격은 2025년 8월 톤당 8580원을 저점으로 반등 중이다. 감축목표 상향으로 할당량 감소, 시장 안정화 정책을 통한 기존 물량 흡수 가능성 등 공급관리 정책에 KAU25는 연초 1만300원에서 1만6050원까지 약 56% 급등했고 거래량도 늘고 있다.
한국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은 수요보다는 정책 요인에 따른 공급 요인의 영향이 크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 기간 총 배출량을 전기 대비 17.9% 감축한 25억3000만 톤으로 확정했다. 다만 절대 가격 기준으로 살펴보면 한국 탄소배출권 가격은 여전히 유럽보다 낮은 수준이다. KAU25가 1만6000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원·유로 환율 1714원을 환산하면 톤당 약 9.3유로 수준으로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약 70유로)과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

조선·해운업, IMO 탄소가격 연기에도 저탄소 투자 지속
국제해사기구(IMO)의 5000톤 이상 선박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조치는 2025년 10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대로 1년 연기됐다. 이에 따라 암모니아 이중연료선 발주나 바이오연료 전환 등 탈탄소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IMO 연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해운업계는 저탄소 선박 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 12일 로이터에 따르면 해운사와 항만, 해양기술 기업 등 15개 업체 중 67%가 기존 탈탄소 전략을 유지한다고 응답했다. 세계해운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이중연료 선박 투자는 전체의 74%를 차지해 IMO 결정 연기에도 저탄소 선박 발주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탈탄소 전환이 장기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인식과 선박 투자 사이클이 장기적이라는 점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중동 리스크로 화석연료 가격에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대체 연료 선박을 통한 에너지 리스크 분산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도 친환경 선박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HD현대는 친환경 연료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으며, 한화오션은 무탄소 추진 기술을 개발하는 등 차세대 선박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운송 상장지수펀드(ETF)는 KODEX 운송 ETF가 유일하며 시가총액은 122억 원으로 시장의 관심은 낮다. 이 ETF는 육상·해상·항공 운송 기업 13개를 편입하고 있으며 항공 업황은 부진한 반면 해운사의 주가 모멘텀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운송 ETF 주요 편입 해운사는 현대글로비스·HMM·팬오션·대한해운·흥아해운 등이다. HMM과 대한해운은 2026년 이익이 전년 대비 약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다른 해운사도 5~10% 수준으로 성장세가 높지 않다. 그럼에도 HMM을 제외한 해운사들의 주가 모멘텀은 최근 1년간 30~80% 상승하며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항공 업황 부진 영향으로 KODEX 운송 ETF의 전반적인 성과는 지수를 하회하고 있다.

조선 ETF 7개 비교해보니
조선 ETF는 레버리지형 1개 포함, 총 7개이며 시가총액 합계는 약 3조3000억 원이다. 연초 이후 성과는 12~20% 수준으로 코스피 대비 다소 낮은 편이다. 조선 업종은 연초 강세를 보였지만 2월 이후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조선기자재 ETF 포함한 7개 ETF에 모두 포함된 종목은 한화엔진·HD현대마린엔진이며, 평균적으로 10~15개 종목이 편입돼 있다. 전체 편입종목을 기준으로 보면 약 28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상품별로는 ‘KODEX 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 ETF’가 연초 이후 +20.2%로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해당 ETF는 조선 ETF 중 유일한 액티브형으로 23개 종목을 편입해 평균 10~15개 종목을 편입한 조선 ETF보다 종목 수가 많았고, 6개월 전 HD현대미포 편출 및 HJ중공업 편입 이후 큰 변화 없이 운용되고 있다. 액티브 ETF에만 편입된 종목은 HD현대·한화시스템·SK·GS·S-Oil·KSS해운·롯데정밀화학 등이다.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가 많은 고유동성 상품은 시가총액 1조9000억 원 규모의 ‘SOL 조선TOP3 플러스 ETF’다. 이 ETF는 최근 성광벤드를 추가 편입했는데, 편입비는 0.48%로 금액은 91억 원 규모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순으로 편입 비중이 높으며, 이 네 종목을 제외하면 SOL조선기자재와 편입종목 구성이 유사하다.
조선 ETF 편입종목 28개 중 세진중공업·현대힘스·오리엔탈정공·KSS해운 4개 종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애널리스트 커버리지가 존재한다. 코스닥 기업은 5개로 대부분 코스피 기업이다. 주요 중복 편입종목은 한화오션·삼성중공업·HD현대중공업으로 이들 종목은 평균 20개 이상의 커버리지를 보유하고 있다. 2026년과 2027년 모두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 성장이 전망된다.
조선 업종은 수주 기반 산업으로 장기 현금흐름을 고려해야 하므로 단순 밸류에이션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지수 대비로 보면 밸류에이션 부담은 존재한다. 전체 편입종목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시가총액 기준 25배, 동일 가중 기준 19배로 코스피(9.8배) 대비 두 배 이상 높다. 12개월 확정(Trailing) 주가순자산비율(PBR)은 4.5배로, 코스피(1.6배) 대비 약 2.8배 수준이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