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에 코스피가 또 한 번 급락한 가운데 증권가에선 이번주 추가 하방 압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이란이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지상군 투입 등 양측이 고자세를 이어갈 수 있어서다. 다만 미국 내에서도 협상을 지지하는 온건파 세력이 점차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 넘게 떨어지면서 5400선까지 후퇴했다. 장 초반에는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올 들어 여섯 번째 매도 사이드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48시간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긴장감이 높아짐에 따라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지금부터 48시간 이내에 아무런 위협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가장 큰 발전소를 시작으로 이란의 각종 발전소를 공격해 초토화(obliterate)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미군이 중동 지역에 해병대를 추가 파병하기로 한 데 이어 지상군 투입 가능성에 대비한 내부 준비에 착수했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이란도 대반격에 나섰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하탐 알안비야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전날 "이란 발전소를 겨냥한 미국의 위협이 실행되면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폐쇄되고 발전소가 재건될 때까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했다.
이란군 대변인도 같은 날 반관영 타스님통신을 통해 "이란은 이제 '눈에는 눈' 원칙에서 나아가 군사 정책을 변경했으며, 적대국의 어떠한 공격에도 더 심각한 결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증권가에선 양측의 압박과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이번주 증시에 추가 하방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하르그섬 점령이 가능한 '제31해병대'(일본 오키나와 주둔)가 이르면 이번주 중동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증시는 두 번째 바닥을 형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음달 중순에는 '제11해병대'도 중동에 도착한다"며 "이후 전개 과정에서 협상 중심 온건파의 영향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0일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제31해병원정대 약 2500명에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약 2200명 규모의 해병원정대와 군함 3척이 중동으로 출발했다. 이번주 중 중동 도착이 예상된다. 이번 병력은 이미 중동에 배치된 약 5만 명의 미군에 추가로 합류한다.
현지언론은 미군이 추가 병력 투입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주둔한 육군 제82공수사단의 배치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제82공수사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진 후방 강하 작전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걸프전과 이라크전 등 주요 분쟁에서 선봉 역할을 맡아온 미군의 대표적 정예부대다.
다만 지상군이 실제 투입될지 여부에 대해선 백악관 내부에서도 공개적 충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내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이 "이란의 원유를 테러리스트 손에서 뺏어야 한다" "하르그섬을 점령하면 끝난다"고 발언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등은 "하르그섬 점령은 시장이 감당하지 못할 충격을 줄 것"이라며 "이란의 경제적 고립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연구원은 "과거 중국과의 '무역전쟁' 당시에도 초기에는 강경파가 전면에 나섰지만 이후 재무장관(스티븐 므누신, 베센트)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사태가 협상 국면으로 전환된 사례가 있다"며 "지난주부터 온건파가 전면에 나서면서 '이란 해상 원유·러시아 원유 제재 유예'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긴축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과도한 '패닉셀'(공포매도)은 현재 시점에선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양측이 서로의 임계점을 확인하는 단계에 있고 단기간 내 협상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국과 이란이 상호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는 것은 양측 모두 실익이 없고 장기전에 대한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 달간 글로벌 증시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한국 9.7%, 미국 2.4%, 중국 2.3%, 일본 1.4% 등으로 상향 조정돼 매우 견조하다"며 "특히 한국 증시의 경우 이란과 미국의 협상이 시작되면 주가 회복 탄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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