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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과 협상, 5일간 공격 중단"…중동전 '중대 기로'

입력 2026-03-23 22:51   수정 2026-03-24 02:2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이란의 발전소 및 에너지시설에 대한 모든 군사적 공격을 5일간 유예하도록 전쟁부(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란과 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이틀간 생산적 대화를 나눈 결과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 이후 4주째 이어진 중동 전쟁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지난 이틀간 미국과 이란 양국이 중동 지역의 적대행위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매우 유익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내내 이란과 대화할 것이라며 협상 결과에 따라 군사행동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공격 유예 방침이 공개되기 직전까지 미국과 이란은 서로를 향한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확전 우려를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48시간 내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어떤 위협에도 동일한 수준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매체들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바라카 원전을 비롯해 걸프 지역 10개 발전소의 위치와 발전 방식, 용량 등을 표시한 이미지를 SNS에 게시하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간 물밑 접촉 사실을 공개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장중 배럴당 110달러 선까지 치솟은 브렌트유 가격은 관련 메시지가 전해지자 한때 94달러대로 급락했다. 달러당 1517원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도 야간 거래에서 1470원대를 터치했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이란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이란과 미국 사이에 어떤 대화도 없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권의 공식 입장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양측이 협상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엔 조기 종전을 바라는 의중이 반영됐다”며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관련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면 전쟁은 변곡점을 돌아 마무리 수순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이란과 주요 합의점 도달"…중동전쟁 '변곡점' 맞나
"이란과 생산적 대화" … 배상·재발방지 요구가 관건
미국과 이란이 전격적으로 협상에 나선 것은 중동 전쟁 장기화를 원치 않는 양측 입장이 반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은 정밀 폭격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란의 결사 항전으로 전쟁은 미국의 예상과 달리 장기화했다. 이란도 세계 최강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이스라엘에 항전하는 과정에서 단기간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누적됐다.
◇맏사위 쿠슈너 특사로 투입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발전소 공격 5일간 유예’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 미국과 이란은 상대에 대한 엄포를 이어갔다. 전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이란 공격은 호르무즈해협 일대 이란 방어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이란을 위협했다. 이에 이란혁명수비대는 ‘결사 항전’을 천명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은 수면 아래에서 종전을 모색하는 회담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스라엘타임스에 따르면 이집트, 튀르키예, 파키스탄 외교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중동 특사 스티브 윗코프 및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대화 채널을 이어가며 호르무즈해협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전쟁 종식에 관한 대화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스라엘과도 보조를 맞춰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전쟁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과의 대화 내용을 이스라엘과 공유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 역시 이란의 발전소와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전쟁 장기화 부담 커진 미국
확전을 불사할 것처럼 맞선 양국이 대화를 이어간 건 ‘전쟁을 지속하면 이로울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다급한 건 트럼프 정부인 것으로 평가된다. 전쟁 초기만 해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1차 공격 타깃이던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전황은 미국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재래식 무기와 드론 전력을 갖춘 이란은 미국과 동맹 관계인 걸프 국가의 주요 기반시설을 공격하며 미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다.

결정적인 장면으로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꼽힌다. 이란이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70% 이상이 지나가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자 원유를 포함한 전 세계 원자재 가격이 들썩였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정부는 자국민의 인플레이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란과의 조기 종전 대화가 시급하다.

공격을 받은 이란 역시 결사 항전을 얘기했지만, 피해가 쌓였다. 최고지도자와 정부, 혁명수비대 주요 고위 인사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밀 폭격에 목숨을 잃었다. 사망한 하메네이에 이어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트럼프 “이란 절실하게 합의 원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 타격 유예와 협상 사실을 밝히면서 중동 전쟁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비즈니스,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합의가 5일 이내 혹은 그보다 더 빨리 성사될 수 있다”며 “이란은 매우 절실하게 합의를 원하고 있고 양국은 주요 합의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협상이 성과를 낼 경우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전화로 협의할 것이고 직접 대화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상이 결렬되면 군사 충돌이 다시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종전 조건으로 대이란 공격 재발 방지 약속, 전쟁 배상금 등을 요구해온 이란의 후속 대응이 당면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이란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이란과 미국 사이에 어떤 대화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부인했다. 이란 정권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양측이 협상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황정수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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