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정공법 필요한 기초연금 개편

입력 2026-03-24 17:31   수정 2026-03-25 00:25

기초연금의 도입과 운영 과정을 보면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스노볼(snowball·눈덩이)’ 효과를 떠올리게 된다. 처음엔 작은 눈덩이로 시작했지만, 굴릴수록 점점 커져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불어나는 현상이다. 기초연금에 들어가는 재정이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기초연금제도가 출발한 것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4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이듬해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이하 고령자에게 매달 10만원씩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엔 기초연금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급액을 월 20만원으로 올렸다. 이후 물가 상승을 반영해 올해 기준으로 월 최대 34만9700원을 주고 있다.

제도 도입 당시와 비교해 노인 인구는 급증했고, 소득 수준도 크게 높아졌지만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은 그대로다. 그 결과 재정 부담은 빠르게 불어났다. 2012년 435만3000명이던 수급자는 올해 778만8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노인 인구는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섰고, 2050년에는 189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현 기준을 유지하면 같은 시점엔 1323만 명이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지출 증가 속도는 더 가파르다. 올해 기초연금 예산은 23조1000억원이며 2029년엔 34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년 전 처음 제도 도입을 추진할 때 추산한 금액의 10배를 넘어선 규모다. 이 부담은 청년 세대와 미래 세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연초부터 기초연금 개편 작업에 들어간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개편 필요성을 언급하며 ‘하후상박’(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 방안을 제시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월수입이 수백만원에 이르는 노인과 소득이 전혀 없는 노인이 동일한 기초연금을 받는 구조는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 수급액은 유지하되 향후 증액분에는 차등을 두자는 구상이다. 재정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개편 논의를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접근이다.

그동안 기초연금은 최소한의 노후 안전망 역할을 했다. 이 점은 분명히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구조는 한계에 부딪혔다. 기본적 틀은 유지하더라도 도움이 절실한 계층에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하후상박을 구현하기 위해 기초연금 수급 상한선을 ‘기준 중위소득’으로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준 중위소득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 소득을 나열했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값이다. 고령자의 소득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져 ‘하위 70%’ 기준이 사실상 중위소득 100%에 근접한 상황이다. 이를 상한선으로 정해 일정 수준 이상의 고소득층을 점진적으로 수급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취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2050년 기초연금 재정지출이 41조원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현행 제도를 유지했을 때 예상되는 지출(46조원)보다 5조원가량 줄어든다.

기초연금의 목적은 빈곤 완화에 있다. 모두에게 같은 금액을 주기보다는 더 어려운 계층에 집중하는 것이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 ‘하후상박’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재정 지속성을 고려한 더 근본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결국 지급 대상을 지금보다 더 줄이거나 금액을 삭감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노인 빈곤 완화와 재정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낼 현실적인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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