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증여’와 ‘저가 양도’, 무조건 낮은 금액이 정답일까[박효정의 똑똑한 감정평가]

입력 2026-03-29 07:15   수정 2026-03-29 07:16

[감정평가]

2026년 부동산 시장에서 ‘5월 9일’은 어떤 의미를 갖는 날일까. 이날을 기점으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서 시장은 다시 중과세 체계로 복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자산 이전을 서두르는 시장 참여자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의 경우 기본세율에 주택 수에 따라 20~30%포인트가 가산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배제된다. 결과적으로 실효세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특히 명의 이전을 고려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다.

동일한 자산이라도 양도 시점에 따라 세 부담이 수억원 단위로 달라질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데드라인 효과’는 시장의 의사결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매각을 서두르는 흐름도 있지만 또 하나 눈에 띄는 흐름은 바로 증여와 저가 양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감정평가 수요의 급증이다.

양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당장 처분할 계획이 없는 부동산에 대해 중과세 및 보유에 대한 부담을 피하면서 동시에 자녀 세대에 든든한 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을 시도했지만 최종적으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경우 역시 부담부 증여 등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무 현장에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하게 체감된다. 관련한 감정평가 상담과 의뢰가 확실히 늘어났고 많은 의뢰인이 ‘5월 9일’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여나 저가 양도에서 감정평가서는 세법상 대상 부동산의 시가를 입증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최근에는 감정평가를 단순한 ‘가격 확인 절차’에 국한하여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세무조사의 위험을 분산하는 방어용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세법상 시가는 납세자가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객관적 거래사례와 시장 상황을 반영한 합리적 수준이어야 하며 감정평가 역시 이러한 기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만약 감정평가액이 시장 수준과 괴리되거나 특정 방향으로 유도된 것으로 판단될 경우 그 자체가 세무 리스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국세청에서 가족 간 거래, 저가·고가 양도, 자금출처 불명 거래 등에 대해 정밀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산 이전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의 안전성’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감정평가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과세 리스크가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왜 이 가격인가”에 대한 설명 책임이 뒤따르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담당 감정평가사의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

감정평가는 단순히 절세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시장가치의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행위다. 감정평가의 전제조건, 비교사례 선정, 개별부동산 특성에 부합하는 각종 요인 분석 등 모든 과정은 사후 검증을 전제로 설계돼야 한다.

특히 저가 양도나 증여에서는 세무 리스크까지 고려한 ‘설명할 수 있는 평가’가 요구된다. 동일한 자산이라도 평가 목적과 전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평가 논리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핵심 기준이 된다.

이제 감정평가서는 ‘거래를 위한 서류’를 넘어 ‘조사를 대비한 문서’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특히 시간적인 압박 속에서 이루어지는 자산 이전일수록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요구된다.

지금 시장에서 나타나는 있는 증여 및 저가 양도 감정평가 수요의 급증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하나는 합법적 절세 전략이며 다른 하나는 세무조사 리스크 관리의 출발점이다. 5월 9일이라는 기한에 쫓긴 의사결정일수록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따져야 한다. ‘무조건 낮은 가격’을 추구하는 접근은 리스크의 확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증여와 저가 양도가 증가하는 현시점에서 감정평가가 단순히 세금을 줄이기 위한 도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지적인 시장을 설명하는 언어로서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어서 준비되어야 한다. 그 설득력이 부족한 순간, 절세 전략은 곧 위험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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