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연합 군사작전이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혈관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란이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채 비적대국 선박에 거액의 통행료를 물리겠다고 나선 데다, 미국의 종전 제안을 '패배 인정'이라며 조롱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선박 1척당 30억 원 요구… "주권적 권리" 주장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인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무관한 국가의 선박은 이란 당국과 조율을 거쳐 안전하게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적대국을 제외한 국가의 선박에는 돈을 받고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이란 의회는 이미 선박 1회 통행료를 약 200만 달러(약 30억 원)로 책정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란은 이를 단순 통과 비용이 아닌 '안보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걸프 해역에 발이 묶인 선박은 약 3,200척으로, 법안이 시행되면 이란은 단숨에 64억 달러(약 8조 8천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만 국제법상 해협 통과권 보장 원칙에 어긋나 논란이 불가피하다.
◆ 이란 외무 "미국, 무조건 항복 외치더니 이젠 협상 구걸"
협상 테이블을 둘러싼 기 싸움도 치열하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국영 방송(IRIB) 인터뷰에서 최근 불거진 미국과의 물밑 협상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중재국을 통한 미국의 제안은 단순한 메시지 전달일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아락치 장관은 "무조건적인 항복을 요구하던 적이 최고위급을 동원해 협상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이미 패배를 인정한 셈"이라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깎아내렸다. 그는 "이란이 블러핑을 한다고 생각했던 서방 국가들에게 47년 만에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우리의 권위를 똑똑히 보여줬다"며 해협 통제력을 과시했다.
◆ "해협은 적에게만 폐쇄"… 주변국엔 경고장
아락치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이 오직 적국과 그 동맹국에게만 폐쇄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이란과 사전에 조율을 마친 우방국 선박들은 이란군의 보호 아래 무사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주변 아랍 국가들을 향해서는 "영공과 영해를 미국에 내어주지 말고 미국과 거리를 두라"고 경고했다. 통행료 징수를 무기로 내세운 이란의 경제적 압박과 전면전 불사 의지가 맞물리면서 중동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영석 한경디지털랩 PD youngst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