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돼지고기발(發) 디플레이션’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과잉 생산으로 돼지고기값이 16년 전으로 후퇴해 전체 물가에 하방 압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돼지 연 3000만 마리를 사육·도축하는 ‘돼지 아파트’(아파트형 돈사·사진)가 있다. 대규모로 지어져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이 돈사에서는 한국 한 해 돼지 도축량(지난해 기준 1871만 마리)의 1.6배에 해당하는 돼지고기가 나온다. 이는 돼지고기 추가 생산이 필요한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되는 모델이다.
농업 컨설팅 업체 상하이JC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돼지고기 가격은 ㎏당 9.59위안(약 2090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 이후 최저치로 생산 원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해당 가격이 ‘경계 구간’에 들어섰다고 보고 디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돼지고기 생산 억제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다.

억제해야 할 정도로 돼지고기 생산이 늘어난 배경에는 아파트형 돈사가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중국에는 4500개 동 이상의 아파트형 돈사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축비 등을 감안해 6층이 표준으로 분류되는 아파트형 돈사는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 1층에는 관리 및 검역 등 지원 시설, 도살·가공 시설이 들어선다. 2~3층은 출하 전에 돼지 살을 찌우는 비육층으로 활용된다. 4층에서는 새끼돼지를 사육하며 5·6층에서는 번식용 돼지를 관리한다. 업체에 따라 도살·가공 시설을 별도 건물에 마련하는 곳도 있다. 건물에는 공기 정화 및 탈취 시스템, 자동 급식 설비, 돼지 이동용 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한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 업체(매출 기준) 무위안식품은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아파트형 돈사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허난성에 6층짜리 건물 21개 동을 건설한 것으로 한 해 210만 마리 돼지를 사육할 수 있다. 2022년에는 후베이성에 26층, 2개 동으로 연 120만 마리를 생산하는 ‘고층 돼지 아파트’를 지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돼지 빌딩’이다.
중국에서 아파트형 돈사는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때문에 각광받기 시작했다. 돼기고기를 주 식재료로 사용하는 중국에서 급감한 돼지 사육량을 만회하기 위해 본격 도입한 것이다. 일반적인 돈사는 넓은 지역에 펼쳐져 있어 집단 방역 체계 구축과 감염 경로 추적에 불리하다.
반면 아파트형 돈사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다. 분뇨를 한데 모아 정화해 외부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데 장점이 있다. 김조은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는 “돼지가 한 공간에 밀집돼 분뇨, 냄새 등을 통제하기 쉽다”며 “시스템화된 장비를 활용하는 만큼 적은 인원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무위안식품은 아파트형 돈사의 토지 이용 효율이 5~8배 높고 노동 수요를 20~3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방역 체계가 뚫리거나 내부에서 질병이 발생하면 집단 폐사 속도는 기존 돈사보다 더 빠르다. 생산성에 집중해 돼지 사육 밀도를 높이다 보니 동물권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1970년대 첫 아파트형 돈사를 지은 독일에서 2021년 9월 이후 자취를 감춘 이유기도 하다. 국제 동물복지단체 CIWF는 보고서에서 과도한 항생제 사용으로 내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생산성이 증명된 만큼 아파트형 돈사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중국 외에서도 잇따른다. 올해 무위안식품은 베트남 타이닌성에 6층 규모 아파트형 돈사를 조성할 계획이다. 암퇘지 6만4000마리를 키우며 연간 돼지 160만 마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9월 베트남 축산 기업 BAF와 사업 공동 추진을 협약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에서도 돼지 아파트 도입을 논의한 바 있다. 충청남도가 양돈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당진 석문 간척지와 보령 부사 간척지에 수직 돼지 농장을 구축하는 사업을 검토했다. 인허가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사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손주형/이혜인 기자 handbro@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