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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수출 규제 속에서도 2030년까지 국내 자급률을 80%까지 끌어올려 미국을 바짝 추격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다만 현재 자급률 수준이 중국 정부의 목표치를 한참 밑돈 30%대 초반에 머물고 있어 단기간에 미국과 겹차를 좁히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2030년 중국 반도체 자급률 80% 목표

29일 중국 매체들을 종합해보면 지난 25~27일 상하이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시회인 '세미콘 차이나'에서 중국 13개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제시했다.
이들 기업은 행사 기간 동안 5나노미터(nm) 이하 공정에 투입 가능한 중국산 첨단 장비를 대거 공개하면서 반도체 자립을 위한 의지를 널리 알렸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북방화창과기집단(NAURA)과 중미반도체설비(AMEC)다.
AMEC는 올해 행사에서 회로 선폭이 5나노미터 이하인 반도체용 제조 장비를 발표했다. 인즈야오 AMEC 회장은 기술 개발과 인수합병을 추진해 자사에서 공급 가능한 고성능 영역 제품 비율을 5~10년 후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NAURA는 지난해 인수한 선양신위안과 통합을 추진한 성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고 했다.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 공정 대응 능력도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 때 중국산 장비 사용 비중을 최소 50% 이상으로 의무화하며 공급망 전체의 국산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향후 5년간 핵심 경제 정책을 지정한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도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내세우며 반도체를 핵심 산업으로 꼽았다. 네덜란드 ASML을 염두에 두고 ‘중국판 ASML’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미국 견제 속 공급망 국산화 총력전
이같은 중국 정부의 계획에 발맞춰 반도체 기업들도 생산 능력 확대와 기술 개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양쯔메모리(YMTC)는 후베이성 우한에 제3공장을 건설 중이다. 올해 말까지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 저장용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선 일본·미국·한국 기업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중신궈지(SMIC)는 지난해 사상 최대였던 투자 규모를 올해도 이어갈 전망이다. 국책 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등 생산 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 목표치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약 33%(2024년 기준)에 불과한 데다 노광 장비 분야에선 글로벌 기업과 기술 격차가 크다"며 "이번 전시회에도 ASML, 도쿄일렉트론, 캐논 등 해외 선두 기업들이 참가해 건재함을 과시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해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에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한 관계자는 "이미 확립된 기술을 사용하는 성숙 공정 분야에서는 세계 전체 생산 능력에서 중국의 비율이 2024년 25%에서 2028년 42%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웨이샤오쥔 칭화대 교수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중국이 두 축을 이루는 대규모 틀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 산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기술 봉쇄가 이어지면서 중국 산업 정책에서 반도체가 에너지·식량에 맞먹는 국가적인 안보 산업으로 격상했다"며 "현실과 목표치간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세정 등 일부 공정 장비에선 국산화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반도체 생산만이 아니라 전 산업 체인의 국산화를 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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