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떼는 대한중재원, 전분야 분쟁 플랫폼으로 진화

입력 2026-03-29 17:05   수정 2026-03-30 00:35

“조속한 시일 내에 ‘대한중재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사회 전반의 분쟁을 아우르는 보편적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대한상사중재원이 기관명 변경을 공식화하며 새 100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현윤 대한상사중재원장은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상사’라는 명칭 때문에 기업 간 거래나 무역분쟁만 다루는 기관으로 인식된다”며 기관명을 ‘대한중재원’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무역 규모가 세계 6위인 만큼 국제중재 활성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1966년 문을 연 대한상사중재원은 국내 유일의 상설 법정 중재기관이다. 중재는 갈등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선정된 중재인의 판정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로, 법원의 확정판결과 비슷한 효력을 지닌다. 건설·금융·지식재산권 등 분야별 전문 중재인이 사건을 심리하며, 단심제여서 법원 소송에 비해 결과가 빠르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지난 60년간 총 1만26건의 중재사건이 접수됐고, 지난해 중재 신청금액만 1조6355억원에 달한다.

이날 기념식과 함께 열린 세미나에서는 중재산업 발전 방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안건형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공공부문이 중재 친화적으로 바뀌면 민간까지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파급력이 크다”며 공공기관의 중재 이용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소송 비용 부담이 큰 중소기업에게 중재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신속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엔터테인먼트·스포츠 분야 분쟁에서도 중재가 강점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영국 런던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중재기관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김준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기업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중립적으로 판단한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김갑유 법무법인 피터앤킴 대표변호사는 “안전성과 편리성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이라면 서울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 판정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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