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연료값 부담으로 조업을 중단하는 어선이 속출하고 있다. 가자미 넙치 등 어종 수확이 줄어 유럽에서 생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석유 제품을 원료로 하는 비료값 상승은 식재료에 반영되기 시작해 잠비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전쟁 발발 이후 식품 가격이 1.3배 뛰었다. ‘애그플레이션’(농산물+인플레이션)에 이어 ‘피시플레이션’(수산물+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유럽 어업단체 유로페셰는 “네덜란드의 타격이 가장 크지만 벨기에 영국 등 저인망 선단을 운용하는 국가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두르크 반 투이넨 네덜란드 어민연합 대변인은 “전쟁 전 마리당 12유로이던 넙치 가격이 최근 경매에서 18유로로 50%가량 올랐다”며 “식당과 가계가 비용 부담에 소비를 줄여 유럽 식탁에서 생선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밀과 옥수수, 쌀 등 주요 농작물의 수확이 줄어 가격이 뛰는 애그플레이션 현상도 완연해지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를 활용해 추출되는 암모니아와 요소가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칼륨과 암모니아, 인산염까지 더하면 비료 원료의 약 3분의 1이 해협 봉쇄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일부 국가에선 식료품 값이 크게 올랐다. 식품 가격이 30.7% 오른 잠비아가 대표적이다. 로이터는 “비료와 디젤 가격 상승이 옥수수 생산 비용과 운반 비용을 동시에 끌어올려 잠비아의 식품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리랑카(15.3%)와 인도(10.7%) 등의 식품 가격 상승도 가파르다. 인도는 비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 LNG에 의존하는데 그중 약 40%가 카타르산 LNG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도 정부가 LNG 배급제를 시행하면서 인도 내 비료 공장에 대한 가스 공급이 정상 수준의 70%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농업 대국인 미국도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필요한 비료를 완전히 자급자족할 수는 없어서다. 미국비료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질소·인산·칼륨 비료의 전체 자국 소비량 중 약 3분의 1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쟁이 몇 주 내 끝나더라도 비료 공급 중단에 따른 미국 식품 가격 상승률은 전년 대비 약 2~4%에 달할 것”이라며 “올여름까지 전쟁이 계속되면 물가 상승폭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내 54개 주요 농업 단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동 서한을 통해 비료 가격 급등과 관련한 구제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서한에서 “미국 전역에서 파종기가 시작된 시점에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돼 연료·비료 가격이 치솟아 피해가 막대하다”며 “이번 물류 대란은 미국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세계적인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정가에선 식료품 가격을 포함해 미국인의 생활비가 더 오르면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의원들이 ‘생활비 부담 완화’를 자신의 지역구에서 핵심 의제로 제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화당 지도부 사이에서 중간선거를 둘러싼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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