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는 전설적인 문구다. 마릴린 먼로가 1953년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Gentlemen Prefer Blondes)>에서 부른 노래의 제목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에서 시작됐다. 핑크 드레스와 반짝이는 주얼리를 두른 마릴린 먼로가 노래하는 이 장면은 보석을 여성의 욕망과 매력의 상징으로 각인시켰다.문구 하나가 대중문화 속 다이아몬드를 깊이 심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노래 이후 광고와 패션, 영화 속에서 다이아몬드는 ‘여성’의 로망과 동일한 이미지로 반복되었고, 보석은 자연스럽게 ‘여성의 세계’에 속한 장식처럼 인식됐다. 실제로 오랫동안 하이 주얼리는 여성의 무대였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변한다. 최근 레드카펫에서 더 눈부신 것은 드레스가 아니다. 바로 남자의 턱시도 위에 달린 브로치와 목걸이다.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브로치, 링을 과감하게 착용한 남성들이 속속 등장해 하이 주얼리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때 소수의 멋쟁이나 록 스타의 전유물처럼 보였던 남성 주얼리가 확장하고 있다. 하나의 문화적 흐름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패션과 영화, 레드카펫과 K팝까지 서로 다른 무대에서 남성들이 보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보석은 성별의 경계 안에 머물지 않는다.

지난해 제이콥앤코와의 협업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 드래곤의 시그니처 스타일인 반다나를 재해석해 특별 제작한 ‘반다나 로얄(The Bandana Royal)’은 강렬한 보석 세팅과 조형적인 디자인으로 그와 동기화되며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빛났다.
한 꽃잎 하나가 빠진 데이지는 완전함보다 불완전한 개성과 자유를 나타내는 지드래곤 세계관의 아이콘이다. 이 데이지 모티프를 제이콥앤코가 고급 주얼리로 구현하며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드래곤은 주얼리를 특별한 순간에만 착용하는 장식에서 벗어나, 개성과 태도를 드러내는 일상의 언어로 확장했다.


팬더는 20세기 초 까르띠에의 전설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잔 투생에 의해 브랜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모티프다. 오랫동안 여성 하이 주얼리를 대표하는 컬렉션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티모시 샬라메를 통해 우아한 남성성이 더해지면서, 팬더가 더 이상 여성의 틀 안에 머물 이유가 없음을 보여줬다. 그의 선택은 말한다. 하이 주얼리가 젠더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남성 주얼리는 단연 콜먼 도밍고의 스타일링이다. 배우이자 극작가, 감독으로 활동하는 그는 잘 재단된 턱시도와 깊은 색감의 벨벳 재킷을 즐긴다. 그리고 라펠 위에 브로치를 더한다. 그에게 브로치는 패션의 균형을 완성하는 마지막 요소다. 2026년 골든 글로브 레드카펫을 떠올려보자. 그는 부쉐론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 ‘Histoire de Style ? Untamed Nature’의 아이비(Ivy) 모티프 브로치를 발렌티노 턱시도 위에 착용해 시선을 모았다. 여러 개의 다이아몬드 브로치가 재킷 한쪽 라펠에서 어깨 방향으로 흩뿌려지듯 덩굴처럼 이어지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빛을 받을 때마다 미묘하게 반짝이는 브로치는 예상 밖의 드라마틱한 반전을 연출했다. 브로치와 목걸이, 때로는 귀걸이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그의 모습은 19세기 귀족 남성들이 주얼리를 즐겨 착용하던 전통과도 닮았다. 그의 이미지는 보여준다. 때로는 단 하나의 브로치가 남성 주얼리의 가장 탁월한 진수가 될 수 있음을.

최근 하이 주얼리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프랑스 주얼리 하우스 프레드가 지난해 진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진은 캠페인에서 브랜드의 대표 컬렉션인 포스텐(Force 10) 목걸이와 팔찌를 착용하며 유연함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이미지를 선보였다. 요트의 케이블에서 영감받은 이 컬렉션은 스포티한 감각과 럭셔리한 분위기를 동시에 품었다. 진이 엠배서더로 선정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월드 스타가 주얼리를 착용하는 순간, 포스텐 컬렉션은 K-팝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남성 소비자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보석은 여성의 드레스 위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장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명제 앞에 ‘한때’라는 단어를 더해도 될 것 같다. 지금 레드카펫과 패션 무대에서는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브로치, 링을 자연스럽게 착용한 남성들이 등장하면서 하이 주얼리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때로는 과감하고 때로는 우아하게, 보석이 남성들의 스타일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전설적 문구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하이 주얼리를 만나는 새로운 무대는 이제 드레스가 아니라, 턱시도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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