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만 해도 AI 가전에 대한 인식은 '긍정 수용'이 우세했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선 '신중 수용'이 가장 큰 집단으로 올라섰다. AI 기능을 반기는 분위기 자체는 유지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믿고 사용해도 되느냐'를 더 따지는 국면으로 바뀐 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조사에선 AI 가전 '긍정 수용자' 41.1%, '신중한 수용자' 39.7%를 나타냈다. 올해는 신중한 수용자가 45.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긍정 수용자는 36.3%로 줄었다.
AI 가전에 대한 기대감 자체는 크게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 조사를 비교하면 'AI 가전을 기대한다'는 전체 응답 비중은 80.8%에서 82%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려된다'는 응답은 45.1%에서 52.2%로 기대감보다 더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AI 가전을 바라보는 소비자 인식이 '편리함'에서 '신뢰' 문제로 확장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소비자들은 AI 가전이 생활의 편리함을 높이고 시간을 절약해줄 것이라고 봤다. 주방·생활가전 모두 같은 가격일 경우 AI 기능이 있는 제품을 고르겠다는 응답이 80%를 웃돌았다.
실제로 당시 주방가전에선 83.9%, 생활가전에선 84%가 AI 기능 탑재 제품을 선택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불안감이 커진 가장 큰 배경은 우려의 내용이 달라진 데 있다. 올해 조사에선 AI 가전의 '가격이 비싸다'(58.3%)는 '우려'가 작년보다 1.4%포인트 줄었다.
반면 '사생활·개인정보가 유출될 것 같다'는 응답(58.2%)은 6.9%포인트, '음성·영상이 수집될 것 같다'는 응답(30.4%)은 4.2%포인트 늘었다. 이 외에도 '기능이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다'는 응답(22.1%)은 5.6%포인트, 'AI가 알아서 판단하는 게 오히려 불편할 것 같다'는 응답(15.8%)은 5.1%포인트 증가했다.
오픈서베이는 "AI 가전에 대한 기대는 일상 편의와 스마트 조작에 집중되는 반면, 우려는 개인정보 유출과 의도치 않은 작동 등 신뢰의 영역으로 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소비자들은 주방가전의 경우 판단을 돕는 '코파일럿형' AI를, 생활가전의 경우 개입 없이 알아서 움직이는 '오토파일럿형' AI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AI가 더 똑똑해질수록 효용은 커지지만 반대로 통제권을 넘겨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도 늘어난 꼴이다.
1년 사이 AI 가전 사용경험이 늘어났는데도 불안 심리를 잠재우진 못했다. 올해 AI 가전 경험률은 주방가전 39.1%, 생활가전 51%로 지난해보다 6.6%포인트·5.9%포인트씩 증가했다. 냉장고·TV와 같은 가정 내 보급률이 높은 제품이 AI 가전 확산을 주도했다.
하지만 AI 가전 경험자 집단에서도 우려가 포착됐다. AI 가전 경험자의 기대감은 82.7%에서 88%로 높아졌지만 동시에 우려감도 47.5%에서 55.4%로 확대됐다. AI 가전에 만족하면서도 불안과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AI 경험이 강화된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판매를 확대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올해 AI 가전 전략 키워드로는 'AI 경험 대중화', '홈 컴패니언'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LG전자도 AI 가전 제품군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면서 '행동하는 AI', '제로 레이버 홈'을 중심축으로 잡았다.
삼성전자·LG전자의 최근 5년간 TV·가전 사업 실적을 보면 해당 부문의 기초체력이 떨어진 점이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최근 5년간 TV·가전 사업 부문 영업이익률이 6%대에서 마이너스대로 곤두박질쳤고 LG전자는 1%대로 추락했다.
양사는 '얼마나 많은 기능이 있는지'를 강조해야 할 뿐 아니라 '얼마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느냐'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AI 가전 시장의 핵심 과제는 더 많은 기능을 넣는 데만 있지 않다"며 "소비자가 개인정보와 통제권 문제를 얼마나 덜 불안하게 느끼도록 만들 수 있느냐, 그리고 가격 프리미엄을 체감 가치로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가 승부처"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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