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8년부터 농협중앙회장을 187만 조합원이 직접 뽑는다. 현행 간선제에서 반복된 금품선거 관행을 끊겠다는 취지지만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중앙회장의 '제왕적 권한'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작지 않다. 선거제 개편과 함께 전국 1100개 지역 농축협과 33개 계열사를 거느린 비대한 중앙회 조직 구조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정부는 2028년 3월 차기 회장 선거부터 조합장 1110명이 투표하는 간선제에서 조합원 187만 명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도입하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조합장 매수 유인이 커지는 데다 조합원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대리인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조합원 직선제는 1961년 농협 출범 이후 처음 도입되는 제도다. ‘농민 대통령’으로 불리는 중앙회장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조합원 의사가 직접 반영된다는 점에서 대리인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직선제의 그림자도 존재한다. 직선제가 도입되면 회장의 정당성이 강화되는 만큼 권한이 더욱 비대해질 수 있다. 지역 기반 선거 구도가 형성되면서 “이번엔 어느 지역 차례”라는 식의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책 경쟁보다는 조직 동원력과 세력 대결이 선거를 좌우할 수 있다. 선거가 인기 경쟁으로 흐르면서 중앙회의 전문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 비용 역시 170억~1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강정현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조합원 직선제가 도입되면 후보가 전국 단위 선거 조직과 사무실을 구축하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선거운동이 어렵다”며 “정치적 구호와 색채가 짙어지고 금권선거 우려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 문제의 본질은 선거 방식보다 중앙회에 권한이 집중된 구조라는 분석이 많다. 중앙회장은 자산 규모가 800조원에 달하는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의 인사권을 행사한다. 중앙회 계열사의 예산권과 감사권도 쥐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이 바뀔 때마다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등이 사표를 일괄 제출한 뒤 재신임을 묻는 과정을 밟기도 한다. 이 같은 권한 집중이 금권선거 등 부작용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협개혁 추진단도 이를 감안해 선거제 개편과 함께 권한 분산 방안을 담은 농협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인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를 인적 분할해 분리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은 “중앙회가 사업·조합 지원·조합원 대변·감사 기능을 모두 쥔 구조에서 선출 방식만 바꾸면 회장 권한 비대화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구조 개편과 선거제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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