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집단소송법 확대 개편안의 핵심 쟁점은 법 시행 전에 발생한 사건에도 소송을 허용하는 소급 적용 여부다. 소급 적용이 확정되면 2500만 명의 유심정보 유출 사고를 낸 SK텔레콤부터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까지 집단소송 영향권에 놓인다.
집단소송법은 동일한 원인으로 다수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대표당사자가 피해자 전원을 위해 소송을 수행하는 제도다. 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증권 분야에 한정된 현행 제도를 개인정보 유출, 제조물 결함, 환경오염 등 모든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소급 찬성론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가습기 살균제 등 이미 발생한 피해의 구제 실효성을 근거로 든다. 쿠팡 이용자 정보 유출 사건은 1인당 최저 청구액 10만원만 적용해도 배상액이 3조3700억원에 이른다. 법 시행 전 예측할 수 없었던 리스크를 기업에 소급 부과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소급 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집단소송이 잦은 미국에서는 최근 소송 타깃이 기술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아디다스는 틱톡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트래킹 픽셀(웹사이트 방문자 추적 기술)을 통해 방문자 동의 없이 인터넷 주소(IP)를 수집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연방법원에 피소됐다. 이노데이터·오디티테크는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을 과장 홍보했다는 혐의로 주주 집단소송을 당했다.
법조계에서는 소송 허가 요건이 엄격하게 유지된다면 함부로 재판을 신청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2005년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소가 제기된 사례가 12건에 불과하다.
서정 법무법인 서이헌 대표변호사는 “집단소송제가 전 분야로 확대되면 기업으로서는 소송 대표들과 조정·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소송 허가 요건이 기존 증권 집단소송처럼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남소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운용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소송과 달리 일반 집단소송에서는 판결 확정 후에도 피해자 특정이 어려운 사례가 대부분이다. 배상금 분배도 증권소송처럼 ‘주식 수×손해단가’로 자동 산출이 불가능해 분배관리인이 권리신고자 자격을 일일이 심사해야 한다.
기업들은 집단소송 리스크에 당혹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경제단체들이 결사반대를 외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업종별로는 플랫폼 기업은 환불·약관 문제, 금융·보험업은 불완전판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조 단위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란/정희원/강현우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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