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 '먹는 위고비 기술'의 모순…신규 특허 vs 제네릭 인정 [김유림의 바이오핀셋]

입력 2026-04-08 08:53   수정 2026-04-09 14:13



삼천당제약이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경구용(제품명 리벨서스) 제네릭(복제약) 개발을 둘러싼 논리가 규제 과학적 측면에서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자적 제형 특허를 강조하면서도 임상시험 면제가 가능한 단순 제네릭 지위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당국은 새로운 전달 기술이나 첨가제가 적용된 제형을 개량신약 또는 신약에 준하는 의약품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추가 임상이 요구될 수 있다.
노보노디스크, 2조원 투입해 2039년 에버그리닝 구축
삼천당제약은 지난 6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노보노디스크 리벨서스의 제네릭 개발과 관련해 특허 및 허가 전략을 공개했다. 핵심은 오리지널 리벨서스의 약물전달체 플랫폼인 스낵(SNAC)을 대신해 삼천당제약이 독자적으로 찾아낸 ‘신규 폴리머’ 조합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열풍을 이끈 위고비는 주1회 투약하는 주사제다. GLP-1 유사체 계열 펩타이드 약물이며,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성분으로 한다. 펩타이드는 위장관 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경구용 제형으로 개발이 어렵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위산으로부터 약물을 보호하고 점막 흡수를 촉진하는 플랫폼 ‘스낵’을 적용했다. 즉 리벨서스는 ‘세마글루타이드+스낵’을 주성분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노보노디스크는 2007년부터 약물 전달 플랫폼 기업 에미스피어와 협력해 기술을 도입해왔으며, 리벨서스 출시 직후인 2020년에는 해당 회사를 약 18억달러(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해 스낵의 특허 독점권을 확보했다.

세마글루타이드 물질특허는 주요국에서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하지만 노보노디스크는 리벨서스 특허에 대해서는 2030년대 중반 이후까지 연장하는 ‘에버그리닝’ 전략을 완성해놨다. 미국 시장의 경우 물질특허 만료와 별개로 스낵과 세마글루타이드의 특정 배합비 및 제조 공정에 관한 후속 특허들이 2034년에서 길게는 2039년까지 효력을 발휘한다.
삼천당제약 “우리만의 독자 특허 등록” 강조
삼천당제약은 간담회에서 리벨서스 제네릭 개발에서 자체 보유한 플랫폼 S-PASS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PASS는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약물 전달 플랫폼이다.

회사 측은 “리벨서스 제네릭 개발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등재된 기존 부형제를 조합해 세마글루타이드의 경구 투여가 가능한 제형을 확보했다”며 “이 같은 조합 기술을 바탕으로 제제 관련 특허 등록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는 S-PASS가 아닌 ‘세마글루타이드+새로운 조합의 부형제’ 기반의 제형 특허라는 설명이다.

또 “노보노디스크의 스낵 대비 더 높은 생체이용률(BA)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지만, 제네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했다. BA는 투여된 약물 중 실제로 혈액으로 흡수되는 비율이며, 약효와 용량 설계를 좌우하는 지표다. 리벨서스는 스낵을 적용했음에도 BA가 약 0.8% 수준에 그친다. 주사제인 위고비는 체내로 직접 전달돼 BA가 100%에 가깝다.

다만 삼천당제약은 ‘세마글루타이드+새로운 조합의 부형제’의 제형 특허 등록 국가와 특허 번호는 함구했다. 회사 측은 “특허 번호 비공개는 경쟁사 대응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며 “향후 미국과 유럽 등으로 특허 등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네릭 인정과 독자 특허 등록의 충돌
결국 삼천당제약은 기존 FDA가 허용한 부형제 조합을 활용해 SNAC 특허를 회피하면서도, 제네릭 기준에 맞는 동등성 데이터를 제출해 별도의 대규모 임상 없이 허가를 받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 같은 독자적 특허 전략은 규제 과학적 측면에서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부형제라 하더라도 새로운 조합을 적용해 제형 특허를 확보했다는 점은 해당 의약품이 오리지널과 동일한 제네릭이 아닌 별도의 제형이라는 의미다.

FDA 규정에 따르면 제형이나 전달 방식에 차이가 있을 경우 단순 제네릭(ANDA)이 아닌 개량신약 트랙인 505(b)(2) 경로를 밟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신약에 준하는 대규모 임상은 아니더라도 바뀐 약물전달체 조합이 인체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입증하기 위한 추가 임상 데이터가 반드시 요구된다.

특히 FDA는 펩타이드 의약품의 제형 변경은 추가 임상이 필수적인 505(b)(2) 트랙을 요구한다. 전립선암 치료제 루프론의 경우 주성분은 동일하지만 독자적인 약물 전달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이 모두 505(b)(2) 트랙을 밟았다. 당시 FDA는 성분의 동일성에도 불구하고 ‘약물 전달 시스템의 차이’를 근거로 별도의 안전성 데이터를 요구했다.

주사기 형태를 변경한 것만으로도 505(b)(2) 경로가 적용된 사례도 있다. 안타레스의 자이오스테드는 기존에 검증된 테스토스테론 성분을 사용했지만, 주사 기구를 환자가 직접 투약하는 오토인젝터(자동주사기)로 변경했다는 이유로 505(b)(2) 경로를 적용받았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삼천당제약이 특허를 강조할수록 추가 임상 가능성이 커지고, 제네릭을 주장하면 기술 차별성이 약해지는 모순에 직면할 것”이라며 “단순 부형제 변경이 아니라 투여 경로의 근본적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할 경우 약동학(PK)과 생체이용률 지표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 생동성 시험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노보노디스크가 경구용 제형인 리벨서스 개발 과정에서 스낵(SNAC) 적용을 위해 별도의 대규모 임상을 진행한 점을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6년 4월 8일 08시 53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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