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보수 진영의 대표적 인플루언서이자 폭스뉴스 간판 진행자 출신인 터커 칼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악(evil)'과 '전쟁 범죄(war crime)'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암살 시도 생존을 두고 "신의 개입"이라고 평가했던 핵심 지지 인사였던 그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정치적 결별 선언으로 해석되며 보수 진영 내 파장을 키우고 있다.
8일 미국 정치권에 따르면 칼슨은 지난 6일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7일 오후 8시(미 동부 시각)를 협상 시한으로 설정하고 이란 민간 인프라 타격을 시사한 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를 "전쟁 범죄, 도덕적 범죄"라고 규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행동이 "대규모 고통과 죽음을 초래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을 겨냥한 정책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의 것을 힘으로 빼앗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칼슨의 발언은 워싱턴 정가를 뒤흔든 이른바 '부활절 트윗' 논란과 맞물리며 더욱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부활절 아침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란을 향해 "빌어먹을 해협을 열어라, 이 미친X들아.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 살게 될 것이다. 알라를 찬양하라"라는 글을 올렸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종교적 기념일에 욕설과 타 종교를 겨냥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칼슨도 이 게시물을 언급하며 보수 기독교 지지층의 가치 기준을 근거로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에 대해 "모든 면에서 혐오스럽다"며 "트럼프는 인간 행동에 제한을 두는 성경의 가르침을 명백히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른 종교를 조롱하는 것은 곧 모든 신앙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반(反)그리스도로 빗댔다. 그러면서 "(트럼프를) 지지할 수는 없다. 그것은 악(evil)이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7일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칼슨은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IQ 낮은 사람"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이어지는 보수 내부 균열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