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9일 16: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시대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지만, 역설적으로 급속 충전기 보급 속도는 작년보다 95%나 뒷걸음질 쳤습니다. 이제 전기차 오너들은 충전기를 찾아 헤매는 ‘공급 쇼티지(shortage)’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최영훈 채비(CHAEVI) 대표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5년간 팔린 전기차가 90만대인데, 올 한해 판매 전망치만 40만대에 육박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흑자 전환 시기 도래”
2016년 설립된 채비는 국내 민간 급속 충전 시장 점유율 1위 회사다. 충전기 개발 및 제조부터 설치, 운영,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수직계열화 모델을 구축한 곳이다. 아직 적자 기업으로 이익미실현 특례를 활용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6년 3월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102만859대로 100만 대를 돌파했다. 1분기 국내 전기차 침투율은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신차 5대 중 1대 이상이 전기차로 출고됐다는 의미다.
이처럼 전기차 보급은 가속도가 붙었지만, 정작 충전 인프라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급속 충전기 한 대당 전기차 수는 2023년 15대에서 지난해 17대로 상승했다. 전기차 판매량과 충전 인프라 구축 전망치를 고려하면 해당 수치는 오는 2030년 29대로 높아질 전망이다.
최 대표는 “충전기 한 대당 감당해야 할 차량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은 선제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온 채비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비가 대기업 계열 충전 운영사업자(CPO)들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확보한 비결은 철저한 ‘입지 전략’에 있다. 대기업들이 자사 빌딩 지하 깊숙한 곳에 충전기를 깔 때, 채비는 접근성이 뛰어난 지상 1층과 관급 부지를 집중 공략했다.
최 대표는 “급속 충전은 주유소처럼 10분 내외로 빠르게 충전하고 나가는 수요가 핵심”이라며 “채비 충전 면수의 92%가 지상 1층에 있고, 71%가 구청이나 경찰서 등 접근성이 뛰어난 관급 부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전략에 힘입어 채비의 복합 충전 브랜드 ‘채비스테이’의 가동률은 16.9%로 전국 평균(3.8%)의 4.5배에 달한다.
채비의 급속 충전기는 1면당 하루 평균 충전 횟수가 2.8회에 도달하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 1분기에 올해 목표로 한 2회를 넘어섰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전기차 판매 급증과 함께 완속충전기 의무설치 유예기간 종료로 자연스럽게 급속 충전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최 대표는 "올해 4분기 EBITDA 기준 흑자 전환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영업이익 기준으로도 본격적인 흑자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면서 "충전 수요의 급격한 증가 대비 신규 인프라 공급 부족 현상에 따라 흑자 전환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시장 공략 본격화”
최 대표는 압도적인 전국 충전망을 통해 사용자들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급속 충전은 앱을 깔고 회원 가입을 하는 순간 강력한 ‘록인 효과’가 발생한다”며 “고객들이 여러 앱을 쓰기보다 가장 많은 충전소를 보유한 채비 앱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최근 국내 판매량이 급증한 테슬라 유저들도 적극 흡수하고 있다. 테슬라 충전표준(NACS) 호환 충전기를 도입하고 어댑터 무료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테슬라의 충전기인 ‘슈퍼차저’보다 접근성이 좋은 채비를 찾는 테슬라 오너들이 늘고 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채비는 캘리포니아 현지 생산 거점 구축을 추진하며 미국 정부의 ‘네비(NEVI)’ 보조금 수령 요건을 갖출 준비를 하고 있다.
최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테슬라를 제외하면 제조와 운영을 동시에 하는 사업자는 사실상 채비가 유일하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 관리하는 강점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북미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이후 지향점으로는 ‘배당 성장주’를 꼽았다. 최 대표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며 “임직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2년 6개월의 보호예수(락업)에 참여한 것도 주주들과 함께 장기 성장하겠다는 책임경영의 의지”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관련뉴스







